南남편 北아내 "미안하오…재혼하지 그랬소"

  • 입력 2000년 8월 16일 18시 56분


살을 섞고 살던 부부가 남북으로 헤어졌다 반세기만에 만났다. 남쪽의 남편은 어렵게 아이들을 키우며 살아온 북녘 아내를 꼭 껴안아 보지만 마음의 빚을 갚기에는 지나온 세월이 너무 길었다.

○…16일 고려호텔에서 아내 김순실(金順實·75)씨를 만난 한재일(韓載一·82)씨는 “미안하다”는 말만 계속했고, 김씨는 회한의 눈길로 대답을 대신했다.

한씨는 50년 7월 인민군에 징집되면서 아내와 생이별했고 김씨는 아들 영선(榮善·53)씨를 키우며 홀로 살아왔다.

한씨는 “차라리 재혼했으면 했는데…”라며 아내의 손을 잡고 흐느꼈고, 아들 영선씨는 차마 말을 못 꺼내는 어머니 대신 “빨리 통일돼서 아버지 팔순잔치를 제가 하겠습니다”라며 아버지를 위로했다.

○…이환일(李桓溢·82)씨는 아내 최옥견씨(80), 딸 경숙(61), 아들 응섭씨(54) 등 온 가족과 반세기만에 뜨거운 혈육의 정을 나눴다.

‘1·4후퇴’ 때 홀로 월남한 이씨는 남쪽에서 재혼한 아내 한정오씨(73)가 “북녘 가족들에게 주라”며 자신의 목걸이를 녹여 마련해 준 금반지 3개를 차례로 끼워 주었다.

이씨는 최씨가 나이 탓으로 귀가 멀고 말도 못하자 “(아내가) 말 못하는 게 너무 안타깝다”며 목이 메었다.

○…월남한 뒤 남한에서 결합해 살아오다 이번에 함께 방북한 이선행(81·서울 중랑구 망우동) 이송자씨(82)부부의 가족간 만남은 16일에도 이뤄지지 않았다.

이선행씨는 “오늘은 개별 가족끼리 더 시간을 갖고, 17일 두 가족을 인사시키겠다”고 말했다.

이송자씨는 오전 10시경 객실로 찾아온 큰아들 박위석씨(61)를 반갑게 맞았는데, 박씨는 “남쪽에 내려가서 두 분(이선행 이송자씨)이 북의 가족 때문에 사이가 나빠질까 걱정스럽다”고 말하기도.

이선행씨는 옆방에서 북한 아내와 두 아들을 다시 상봉했다.

<평양〓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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