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봉의 窓]"우리는 언제나…" 납북자 가족들 눈물

  • 입력 2000년 8월 15일 18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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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세기 분단의 상처를 조금이나마 달랠 수 있었던 15일. 상봉을 이룬 이산가족들의 다른 한편에선 또다른 이산가족들이 ‘만남의 현장’을 바라보며 ‘만날 수 없는 아픔’을 삼켜야 했다.

북측 방문단을 태운 버스가 서울 쉐라톤워커힐 호텔에 들어서는 사이, 호텔 입구에서는 ‘납북자 가족 모임’ 회원들이 생사조차 알길 없는 가족들의 사진을 들고 조용한 시위를 벌였다.

“아버지는 고기잡이배 휘영37호의 갑판장이었어요. 내가 중학생이던 71년, 배가 백령도 부근에서 기관고장을 일으켜 표류하다 북에 납치됐다고 하더군요. 그 후로는 늘 형사가 가족들을 따라다녔고 죄인처럼 숨죽이며 살았어요.”

납북돼 생사조차 알길 없는 박동순씨의 큰딸 박연옥씨(45)는 “아버지도 지금 남북의 이산가족이 만나는 기쁜 장면을 보고 계셨으면 좋겠다”며 한숨지었다.

이연순씨(57)는 여느 때와 다름없던 남편 안승은 목사의 마지막 목소리를 생생히 기억한다. 안목사는 95년7월 중국 옌지에서 선교활동중에 납북됐다. 분단 50년이 만들어낸 5년의 기약없는 기다림이 이어졌다.

납북자 가족들은 올 2월28일 ‘납북자 가족모임’을 결성하고 사무실도 꾸렸다. 몇차례 생사확인과 귀환교섭을 정부에 요구했지만 “기다려 보라”는 말 외에는 별다른 대답이 없었다.

이산의 아픔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이들은 50년만에 만나는 사람들을 부러워하며 더욱 커진 설움과 그리움을 안고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김승진기자>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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