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노 日외상 회견]"일-북 정상회담 아직 일러"

  • 입력 2000년 8월 10일 18시 55분


고노 요헤이(河野洋平)일본 외상은 내달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밀레니엄 정상회의에서 모리 요시로(森喜朗)총리와 김영남(金永南)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만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10일 밝혔다.

그는 이날 일본 외무성 외상접견실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단독회견에서 “21일 도쿄(東京)에서 시작되는 일―북 수교 교섭 결과와 그 결과를 바탕으로 한 외상회담 등 실적이 쌓여지지 않으면 만나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9일 참의원 답변과정에서 수교 전이라도 북한을 국가로 인정할 수 있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진 데 대해 “북한과 협상하는 것은 북한 체제를 인정하는 것이지만 국가로 인정하는 것과는 다르다”고 밝혀 현재로서는 국가로 인정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지 않음을 밝혔다.

―지난달 말 태국 방콕에서 백남순(白南淳)북한외상과 처음 만났는데….

“상당히 침착하고 상대방 얘기를 잘 듣는 사람이란 느낌을 받았다. 균형 잡인 회담이었다고 생각한다. 주관적 평가이긴 하지만 서로 나쁜 인상은 받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한다. 본회의에서도 나란히 앉게 돼 좀 더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 그 때 다시 만나자는 얘기도 나왔다.”

그는 백외상과의 회담에서 북한측으로부터 쌀을 지원해 달라는 요청은 없었다고 밝혔다. 이같은 발언은 일본이 북한에 쌀을 추가 지원하는 것은 인도적 차원에서일 뿐 수교 교섭과 연계된 것이 아님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외상급 이상의 양국 지도자가 조만간 만날 계획은 있나.

“내달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밀레니엄 정상회의에 모리총리와 북한의 김영남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이 동시에 참석하게 된다. 그러나 그곳에서 두 사람간 회담이 이뤄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

그러나 고노 외상은 “모리 총리는 지도자가 직접 만나 문제해결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조언을 명심하고 있다”며 “때가 되면 정상끼리 만나는 것도 고려하지 않으면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은 여러 여건상 정상회담이 시기상조라고 덧붙였다. 현재 북한과의 사이에 여러 현안이 걸려 있는 만큼 당장 정상끼리 만나기는 어려울 것이며 현안이 어느 정도 가닥이 잡힌 다음이라야 만날 수 있을 것이란 의미로 해석된다.

―15일 남북한의 이산가족상봉이 있는데….

“반세기 동안 이산가족이 얼마나 재회의 날을 기다려왔을까 생각하면 정치적 결단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깨닫게 된다. 한시라도 더 빨리 만났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을 것이다. 이런 만남이 앞으로 더욱 늘어나 만나고 싶은 사람은 언제나 자유롭게 만날 수 있게 되기를 바랄 뿐이다.”

―오키나와(沖繩) 선진8개국(G8)정상회의에서 남북정상회담을 지원하는 특별성명을 내게 된 경위는….

“세계적인 관심을 모으고 있는 지역이 몇곳 있는데 한반도는 상당히 좋은 의미에서 새로운 변화가 있었다. 이런 좋은 변화는 G8 정상이 지원해야한다는 것이 의장인 모리총리의 생각이었다. ‘특별성명’형태를 취한 것은 호소력을 더욱 크게 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G8정상회의에서 발표된 ‘특별성명’은 한반도에 관한 성명이 유일하다. 고노 외상은 “마침 중동평화협상도 있고 해서 다른 현안에 대해서도 특별성명을 내자는 움직임이 있었다”고 밝히면서 “모리총리는 특별성명이 여러개 나오면 그만큼 호소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한반도 문제에 대해서만 특별성명을 내기 위해 상당히 노력했다”고 말했다.

―한반도 특별성명에 대해 반대 의견은 없었나.

“없었다. 이탈리아가 북한과 수교를 했고 캐나다도 교섭중이다. 미국도 북한과 교섭을 하고 있다. 한반도의 긴장완화를 모두 환영하는 분위기에서 특별 성명이 나왔다.” 각국 정상은 북한이 이런 환영 메시지에 대해 긍정적으로 반응해 주기를 바라는 심정도 있었을 것이다.”

고노외상은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한반도가 긴장완화 쪽으로 움직임에 따라 앞으로 주변국에서는 새로운 아시아 건설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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