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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7월 27일 18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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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측은 “한반도의 최근의 긍정적인 정세를 바탕으로 북―일간의 과거를 청산하고 새로운 선린우호관계를 수립한다는 의사를 표명했으며 그의 조기실현을 위해 서로 모든 노력을 기울인다”고 회담을 정리한 뒤 앞으로의 논의에 대해서는 “북―일간의 여러 문제를 적절히 해결하기 위해 성의를 갖고 노력한다”는 희망을 피력했다.
다만 고노 외상은 백 외무상에게 “우리들은 걱정하는 문제가 있습니다. 오늘은 그 이상 말씀드리지 않겠지만 아시겠지요?”라는 말로 피랍문제 등을 환기시켰다. 누가 양보를 했든 양국 외상이 처음으로 만나 대화를 계속하기로 합의함으로써 북―일 교섭도 일단 본궤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의 유화적인 태도는 북한을 일단 협상테이블로 불러내겠다는 의도다. 소위 ‘출구론’에 기운 셈이다. 일본에서는 북한과의 교섭방법을 둘러싸고 ‘입구론’과 ‘출구론’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피랍문제를 해결하고 나서 수교교섭에 임해야 한다는 강경론이 ‘입구론’이며, 피랍문제를 포함해 모든 문제를 협상테이블에 올려놓고 어느 것이든지 타협 가능한 것부터 풀어나가자는 주장이 ‘출구론’이다.
일본 정부가 북한과의 교섭을 서두르는 것은 두가지 이유에서다. 하나는 북한과의 교섭을 무작정 연기할 수는 없다는 판단에서다. 내달 21일부터 25일까지 도쿄(東京)에서 회담을 재개함으로써 끊어진 채널이 다시 이어진 셈이다. 또 하나는 한반도를 둘러싸고 중국 러시아 미국 등이 급격히 움직이고 있는데 비해 일본만이 소외당하고 있다는 초조감도 작용하고 있다.
모리 요시로(森喜朗) 일본 총리는 27일 북―일 외상회담에 대해 “우선 만난 것은 좋은 일”이라며 “매우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향후 북―일 수교교섭에 대해서는 “전후(戰後) 문제가 어떻게 될 것인가는 별개로 하더라도 교섭에서 보상문제를 다루지 않으면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심규선특파원>kss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