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치기정국]음모說등 헷갈리는 '진실게임'

  • 입력 2000년 7월 25일 18시 43분


민주당이 국회법 개정안 날치기처리의 근거로 주장하고 있는 한나라당과 자민련간 교섭단체 이면합의설의 ‘진실’을 둘러싸고 25일에도 3당간에 물고 물리는 공방이 계속되고 있다.

민주당 정균환(鄭均桓)총무는 이날 “한나라당은 22일 이회창(李會昌)총재와 자민련 김종필(金鍾泌)명예총재의 골프장회동에 앞서 교섭단체 15석안을 제의해 놓고 이제 와서 안했다고 발뺌하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거듭 주장했다.

그는 또 24일 운영위에서 국회법을 강행처리하기 직전에 자민련 김종호(金宗鎬)총재권한대행과 오장섭(吳長燮)총무를 직접 만나 이 같은 사실을 확인까지 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김대행은 이날 기자들에게 이총재와 김명예총재의 22일 회동을 설명하는 과정에서 “당시 이총재와 김명예총재가 방 한쪽 끝에서 15분간 단 둘이 만나 얘기했다”며 단독밀담 사실을 공개, 교감설을 증폭시켰다.

그러나 그는 “김명예총재는 나중에 나에게 ‘교섭단체 얘기는 없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당시 오찬장에 배석했던 한나라당 주진우(朱鎭旴)총재비서실장은 “나쁜 사람”이라며 분을 삭이지 못하는 모습이다. 그는 “김대행이 갑자기 ‘자리를 비켜드리자’며 밖으로 우리를 끌고 나간 뒤 문을 잠가버렸다”며 “그래서 다른 문으로 황급히 들어갔는데 두 분이 단둘이 있던 시간은 불과 2초 정도의 짧은 순간이었다”고 반박했다.

이총재도 이날 민주당과 자민련의 이면합의설 유포를 ‘비열한 공작정치’ ‘타개해야 할 정치기술’로 규정하는 등 비난의 강도를 높였다.

이면합의설 유포를 놓고 자민련과 민주당간에도 약간의 ‘틈’이 벌어지고 있다. 민주당 정총무는 25일 김대행에게 전화를 걸어 “자민련 쪽에서 한나라당의 15석 합의설에 대해 구체적으로 해명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특별한 답변을 듣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한나라당은 이면합의설의 진앙으로 자민련 김대행을 지목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꾀가 많은 김대행의 치밀한 ‘작전’에 JP와 이총재가 함께 당한 격”이라고 말했다.

<공종식기자>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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