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치기정국]金부의장 3시간 '빠삐용 탈출극'

  • 입력 2000년 7월 25일 18시 43분


“신출귀몰 부의장을 찾아라.”

김종호(金宗鎬)국회부의장이 25일 국회 본회의 사회를 보지 못하도록 서울 마포구 서교동 자택에서 감시하던 한나라당 의원들의 눈을 피해 집을 빠져나왔다가 집 근처 식당에서 3시간만에 발견돼 다시 집으로 ‘압송’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날 김부의장의 집에는 이른 아침부터 한나라당 최병렬(崔秉烈) 이부영(李富榮) 강삼재(姜三載)부총재 등 의원 40여명과 보좌진까지 100여명이 몰려와 철통같은 경비를 섰다. 이 때문에 자민련 정진석(鄭鎭碩)의원이 대문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담을 넘어 들어오다가 한나라당 ‘경비조’와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점심시간이 되자 김부의장은 자장면 130그릇을 시켜 식사를 대접했고, 의원들은 전날 밤샘을 해서인지 식사후 방과 거실에서 TV를 시청하거나 눈을 감고 휴식을 취했다.

김부의장이 사라진 것은 1시20분경. 거실에서 휴대전화를 들고 부인 한인수(韓仁洙)여사가 있던 주방으로 간 김부의장은 평소 문이 닫혀 있던 세탁실 덧문을 열고 옆집 담을 넘어 통로를 통해 빠져나갔다. 거실 주변의 한나라당 의원 20여명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김부의장이 사라지자 한여사는 “안방 화장실이 잠겨 있는데 그 안에 계실 것”이라고 잡아뗐고, 한나라당 의원들은 30여분간 김부의장을 찾기 위해 지하실과 화장실, 장롱, 냉장고 속 등 집안 구석구석을 뒤졌으나 허탕.

그러나 이러한 김부의장의 ‘신출귀몰’은 오래가지 못했다. 김부의장은 옆집 담을 넘어 집근처 식당에 숨어 있다가 오후 5시경 국회로 가기 위해 나오다가 ‘혹시나’하고 끈질기게 기다리고 있던 한나라당 이재오(李在五)의원에게 발견돼 탈출노력이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전승훈기자>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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