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 '상도동 대화' 공개…"李총재 더 배워야"

  • 입력 2000년 7월 18일 00시 07분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이 17일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에 대해 ‘정치의 ABC도 모르는 사람’ 운운하며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김전대통령은 이날 여름 휴가차 부산을 방문, 한나라당 소속 부산 지역 의원들과 저녁 식사를 하면서 불쑥 이총재와의 13일 오찬 회동 대화를 상세히 소개했다.

김전대통령은 먼저 이총재의 97년 대선 패배 사실을 언급하며 이총재의 책임을 지적했다고 전했다. “이총재는 그때 절호의 기회를 놓쳤다. 내가 이인제(李仁濟)를 잡으라고 그렇게 말했는데 그러지 않았다. 내 욕만 하지 않았어도 15만표 차는 따라잡을 수 있었을 것이다”고 질책했다는 것.

이에 이총재가 “15만표 차가 아니라 30만표 차였다”고 이의를 달자 김전대통령은 “절반만 가져오면 뒤집을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이총재가 “당시 DJ 비자금에 대해 수사를 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 최소한 불러 조사라도 했어야 했다”고 따졌다. 하지만 김전대통령은 이에 대해서도 “그때 수사를 했으면 수도권이 난리가 났을 텐데 무슨 소리냐. 이총재는 법대로만 하면 된다고 하는데 법대로만 해서 되는 게 아니고 정치가 더 중요하다”고 훈수했다.

김전대통령은 이어 “내가 이총재에게 감사원장 국무총리 전국구1번 당대표 당총재 등 5개의 자리를 줬다. 일반인들은 이총재가 배은망덕하다고 한다”고 말했다. 또 “이총재는 요즘 대통령이 다 된 것처럼 얘기하는데, 앞으로 민주당 후보가 나오면 어렵다. 호남 사람들은 민주당 후보를 찍고, 영남에서는 박찬종처럼 표를 깨는 후보가 나올 것이고, 표가 많은 수도권도 분산될 가능성이 많은데 어떻게 당선되겠느냐”는 말도 했다.

김전대통령은 이어 “DJ는 입만 열면 거짓말이다” “이인제도 대통령이 되기 힘들 것이다”며 특유의 독설로 여권 수뇌부를 싸잡아 비난한 뒤 식사를 마쳤다. 한편 주진우(朱鎭旴)총재비서실장은 이에 대해 “김전대통령과 이총재의 오찬 대화 내용은 잘 모르겠지만 아마 김전대통령이 강경 대여투쟁을 요구하는 연장선상에서 그런 말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선대인기자>eod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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