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대표 국회연설 비교]총론부터 현격한 시각차

  • 입력 2000년 7월 7일 18시 58분


7일 민주당 서영훈(徐英勳)대표의 국회 연설과 전날인 6일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의 연설내용을 비교해보면 총선 이후 여야가 다짐해온 ‘상생(相生)의 정치’가 어떻게 변질되고 있는지가 극명하게 드러난다는 느낌이다.

여야 대표들은 시국인식이란 ‘총론’에서부터 현격한 시각차를 드러냈고 ‘각론’인 대처방법을 둘러싸고도 사사건건 엇나가는 양상이었다.

서대표는 이날 “소모적 정쟁에서 탈피해 여야간 파트너십을 형성하는 상생과 화합의 정치를 만들겠다”고 역설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이총재는 전날 “이 정권은 수의 힘을 빌려 자신들만의 국정운영을 하겠다는 의사를 명백히 하고 있다”며 이를 일축했다.

특히 4·13 총선 평가에 관해서는 양자가 정반대의 입장을 드러내 향후 이 문제가 정쟁의 불씨가 될 것임을 예고했다. 이총재는 4·13 총선이 “관권 금권이 판을 친 총체적 부정선거”라고 규정했으나 서대표는 “과거 역대 정권에서 자행됐던 경찰이나 통반장을 동원한 관권 개입, 금품살포 등 구 시대적 선거풍토가 사라진 선거였다”고 반박했다.

경제분야에 대한 시각차도 컸다. 이총재는 금융불안과 실물경기 둔화 등을 지적하면서 “현 정권의 안이한 상황인식은 자칫 ‘제2의 경제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고 한 반면 서대표는 현상 진단은 유보한 채 금융시장 부실의 조속한 해결 등 대안제시에 주력했다.

남북 정상회담 후속조치에 대해서는 이총재가 ‘상호주의’와 ‘남한 경제의 내실화 우선’을 앞세워 정부비판에 주력한 데 반해 서대표는 국가보안법 재검토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양당 대표는 “정상회담은 남북문제에서 역사적인 전기를 마련한 사건”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모처럼 인식을 같이했다. 특히 이총재가 정상회담 후속조치를 협의하기 위해 국회내에 ‘남북관계특위’를 설치할 것을 제의한데 대해 서대표가 이를 수락한 것은 향후 남북문제를 놓고 여야가 초당적으로 협력할 수도 있는 가능성의 문을 열어 놓았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윤승모기자>ys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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