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다김 사건 새국면]부적절 관계 사실상 인정

  • 입력 2000년 7월 7일 18시 58분


재미교포 무기 로비스트 린다 김(한국명 김귀옥·47)이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다.

서울지법 형사12단독 정영진(鄭永珍)판사는 7일 백두사업 납품업체 선정과 관련, 군 관계자들에게 뇌물을 주고 군사기밀을 빼낸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징역 3년에 자격정지 3년이 구형된 김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하면서 법정구속했다.

재판부는 “김피고인이 구체적인 공소사실을 부인하고 있지만 사건 관련자들이 이미 형사처벌을 받은데다가 제출된 증거자료를 검토해 본 결과 혐의사실이 모두 인정된다”며 “특히 미국 영주권자인 김피고인이 빼낸 군사기밀은 해외에까지 누출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죄질이 나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김피고인이 백두사업의 주미사업실장이었던 이화수(李華秀) 전 공군대령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으면서 관련된 군사정보를 제공받은 것이 인정되고 이 사업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권기대(權起大) 전 준장(당시 백두사업 총괄팀장)의 입을 막기 위해 뇌물을 제공하는 등 죄질이 극히 불량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어 “김피고인이 뉘우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언론 활동을 통해 스스로를 변론하는 등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어 법정구속한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95∼97년 백두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공대지유도탄, 항공전자장비 구매사업 등 2급 군사비밀을 불법 취득하고 권씨에게 1000만원, 이씨에게 미화 840달러와 100만원 정도의 향응을 제공한 혐의로 4월 기소됐다.

<이정은기자>lightee@donga.com

▼린다김 이화수前대령과 부적절한 관계 인정▼

린다 김 사건 재판을 담당한 정영진(鄭永珍)판사는 7일 판결문에서 “김피고인은 백두사업 전 주미사업실장인 이화수(李華秀)전 공군대령에게 금품을 제공했으며 사건 기록에 의하면 이 전대령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으면서 백두사업 관련 군사정보를 제공받아 온 것으로 보인다”고 명시했다.

군 기무사의 감청기록 등 수사기록에 따르면 이 전대령은 김씨에게 전화로 “당신을 사랑한다. 당신을 위해서라면 죽을 수도 있다”고 고백했고 김씨도 “아침에 일어나면 당신은 항상 사라지고 없다”고 말했다고 정판사는 전했다.

이 전대령은 기무사에서 조사 받을 당시 “97년 7월 이스라엘 텔아비브의 린다 김이 투숙한 호텔에서, 같은 해 8월에는 서울의 A호텔에서 린다 김과 두 차례에 걸쳐 ‘부적절한 관계’를 가졌다”고 진술했지만 군 검찰에서는 이 진술을 모두 부인했다.

이 전대령은 진술을 번복한 이유에 대해 “기무사에서 20일간 조사를 받으면서 정신적으로 몹시 지쳐서 조사관들이 원하는 대로 진술해 줬다”고 설명했다.

정판사는 “정신적으로 지쳐있었다는 이유만으로 사실과 다른 진술을 했다는 설명은 믿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판사는 “부적절한 관계가 반드시 성관계를 의미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세간의 의혹을 샀던 고위층 인사들을 상대로 한 린다 김의 ‘몸 로비’ 의혹의 실체가 드러날 지 주목된다.

이양호(李養鎬)전 국방부장관은 지난 5월 린다 김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음을 시인했지만 린다 김은 “정신나간 소리”라며 극구 부인했었다.

<이정은기자>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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