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련 교섭단체]민주당 "밀어볼까" 자민련 "믿어볼까"

  • 입력 2000년 7월 4일 19시 29분


국회 원내교섭단체 구성문제를 놓고 자민련이 ‘몽니’를 불사하겠다는 엄포를 계속하자 민주당의 태도가 결국 바뀌기 시작했다. 그동안 “한나라당이 극력 반대하는 데…”라는 이유로 어정쩡해 하던 태도에서 벗어나 보다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기 시작한 것.

자민련 오장섭(吳長燮)원내총무는 4일 오전 국회 운영위원장인 민주당 정균환(鄭均桓)총무와 장시간 대화를 나눈 뒤 “민주당의 태도에 매우 발전적인 변화가 보인다”며 모처럼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정총무가 오총무를 만나자마자 “어떤 형태로든 국회법 개정안을 상정하겠다”며 적극적 자세를 보였다는 전언이다.

이같은 태도변화는 민주당측이 김종필(金鍾泌)명예총재 등 자민련 지도부의 확고한 의지를 확인한 데서 비롯된 것 같다. 한광옥(韓光玉)대통령비서실장이 3일 밤 JP의 신당동 자택을 방문한 것도 이같은 기류변화와 무관치 않다는 관측이다. JP의 한 측근은 “JP가 한실장에게 민주당의 무성의에 대해 매우 불편한 심기를 표출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JP는 4일 당 사무처 관계자들과의 오찬에서도 “우리당이 지금 어렵지만 하늘의 시련으로 생각하고 정성을 모아나간다면 반드시 길이 열릴 것”이라며 “절대로 어느 당에 흡수되거나 타협해 당이 없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일각의 합당론에 쐐기를 박았다.

그러나 국회법 개정은 민주당의 의지만으로 이뤄지기 어려운 사안. 한나라당이 국회법 개정안 상정 자체를 반대하면서 여당 단독처리 땐 국회를 전면 보이콧하겠다며 배수진을 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조직개편 약사법개정 추경예산안 등의 현안을 앞두고 민주당이 정국파행 가능성을 감수하면서까지 국회법개정을 밀어붙일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어쨌든 민주당은 이날 예정됐던 국회 운영위를 하루 연기하고 5일 중에는 국회법 개정안을 상정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자민련 역시 “한번 민주당을 믿어보자”는 분위기다. 하지만 개정안이 운영위에서 처리된다 해도 자민련의 교섭단체 구성까지는 법사위 본회의 등 거쳐야할 난관이 적지 않아 첩첩산중인 셈이다.

<이철희기자>klim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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