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총재 "나는 右로 난다" 보수 행보

  • 입력 2000년 6월 23일 19시 29분


정부 여당이 온통 남북정상회담 후속작업으로 분주한 사이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는 전방 군부대를 방문하는 등 보수색채를 강화하는 데 주력하는 모습이다.

이총재는 23일 북한군과 불과 3㎞ 떨어진 거리에서 대치하고 있는 경기 김포의 한 해병부대를 찾았다. 이총재는 장갑차에 직접 올라 장비성능을 일일이 물어보는 등 관심을 보인 뒤 장병들과 점심을 같이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여러 차례 “결코 6·25를 잊어선 안된다”고 강조하며 정상회담으로 들뜬 사회분위기를 경계했다. “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관계가 진전될 것으로 보이지만, 우리의 가치를 남에게 맡기는 통일이 돼서는 안된다. 자유와 민주주의를 지키는 데 여야가 있을 수 없다”는 말도 했다.

이총재는 24일 납북자가족 4명과 만나고 25일 전몰군경미망인회 관계자 20여명과 오찬을 같이하는 등 ‘안보 행사’를 잇따라 가질 계획이다.

이총재의 이런 ‘보수행보’ 배경에는 정상회담에 대한 한나라당 나름의 시각이 깔려있다.

상당수 국민은 북한의 변화가능성에 여전히 회의적이며 대북 경협을 위해 경제부담을 늘리는 것을 내켜하지 않는다는 것. 남북관계 개선에 진전이 없으면 민심은 다시 보수논리로 돌아올 것이라는 판단이다.

이총재와 가까운 L의원은 “정상회담은 결국 실패할 것”이라고 단언하기도 했다. 그러나 당내에는 “만약 북한이 실제로 변화하고 남북관계에도 뚜렷한 진전이 있으면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라고 불만을 나타내는 사람도 적지 않다. 특히 초재선의원을 중심으로 “국가보안법 개정 등에 대해 보다 전향적인 대처가 필요한데 당지도부가 너무 냉전적 논리에 사로잡혀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송인수·공종식기자>i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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