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대인지뢰 없애자" 첫걸음…23일 연천서 유실실험

  • 입력 2000년 6월 22일 19시 27분


“분단 55년의 상징인 대인(對人)지뢰를 없앱시다.”

남북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한이 화해 정신을 가시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155마일 휴전선 부근의 대인지뢰(사진)를 제거하자는 캠페인이 시작됐다.

비무장지대(DMZ) 일대에는 6·25전쟁 때 뿌려지거나 매설된 각종 지뢰가 널려 있다. 지금까지는 국가안보상 불가피하다는 점 때문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장마철에 무더기로 유실된 대인지뢰가 터져 민간인이 큰 피해를 보는 등 세계적으로 대인지뢰 피해자는 22분마다 1명꼴인 연간 2만6000여명에 이를 정도. 대인지뢰는 전세계 70여개국에 1억1000여개, 한반도 남쪽에만 100만여개가 매설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현재 사용되는 대인지뢰는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져 금속탐지기 등으로 유실된 지뢰를 찾는 것은 매우 힘들다.

캄보디아 앙골라 등 분쟁지역에서 수많은 민간인이 대인지뢰로 숨지거나 다치자 비정부기구(NGO)인 국제지뢰금지운동(ICBL)은 91년부터 세계 각국과 유엔 등을 꾸준히 설득해 97년 12월 오타와 대인지뢰전면금지조약을 탄생시켰다. ICBL과 그 책임자인 조디 윌리엄스는 이 공로로 노벨평화상을 공동 수상하기도 했다.

이미 전세계 137개국이 오타와조약에 가입했고 우리나라는 2006년경 가입할 예정이어서 대인지뢰는 이미 ‘발등의 불’로 다가왔다.

97년 발족한 한국대인지뢰대책회의(KCBL·집행위원장 조재국·趙載國·안양대 교수)도 줄기차게 대인지뢰의 제거를 주장해왔다.

KCBL은 23일 오전 10시 경기 연천군 대광2리 차탄천에서 ‘장마에 의한 지뢰유실 범위 실험’을 실시하는 등 대인지뢰의 위험성을 일반인에게 적극적으로 알리기로 했다.

KCBL은 신고 전화번호 등이 적힌 빨간색의 모형 대인지뢰 1000개를 강물에 떠내려 보낸 뒤 유실범위와 경로 등을 추적할 계획. ‘대인지뢰 민간인 신고전화’(02-708-4180)를 통해 모형지뢰 신고가 몇 건이나 들어오는지를 조사해 그 위험성을 실증하게 된다. 조위원장은 “남북 화해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비무장지대의 생태계를 보존하기 위해 앞으로 남북정상회담에서 대인지뢰를 주요 의제로 채택해야 한다”며 “국제적으로 마지못해 대인지뢰대책을 마련하는 것보다는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 국가의 이미지를 개선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이인철기자>in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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