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林국정원장 방북 배경…특보자격 허용

  • 입력 2000년 6월 14일 00시 28분


13일 TV를 통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평양방문을 지켜본 사람들은 임동원(林東源)국가정보원장의 얼굴을 보고 의아해 했을 법하다. “북한이 가장 싫어한다는 국가정보원(구 안기부)의 장(長)이 어떻게 방북 대표단에 낄 수 있었지….”

임특보는 이날 낮 백화원영빈관 접견실에서 진행된 김대통령과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의 1차 정상회담에서 수행원을 소개하는 역할까지 맡았다. 회담에 배석한 김용순(金容淳)조국평화통일위원회 부위원장이 임특보에게 남측 수행원들의 소개를 부탁한 것.

과거에도 정보기관장의 방북사례가 없지 않았다. 박정희(朴正熙)정권 때인 72년 이후락(李厚洛)중앙정보부장, 5공시절인 85년 장세동(張世東)안기부장, 노태우(盧泰愚)정권에서는 서동권(徐東權)안기부장이 대북 밀사로 평양에 파견됐다.

하지만 임특보와 같은 공식 방문은 이번이 처음. 북측으로선 55년간 적대시해온 남측 정보기관장의 방문을 공식화하는 게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그래서 국정원장이 아닌 특보자격으로 받아들였겠지만 매우 어려운 결단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국가정보원법이 북한을 반국가단체로 규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임특보의 방문을 양해한 것은 의미가 있다”며 “이는 회담이 상당한 신뢰 속에 진행되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문철기자>fullm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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