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정상회담]평양 가는 날

  • 입력 2000년 6월 12일 19시 37분


▼정부부처 막바지 점검▼

'안방이 든든해야 바깥일도 잘 되는 법.'

남북정상회담을 하루 앞두고 정부 관련부처는 '평양 정상회담의 성공을 서울에서 뒷받침한다'는 각오로 차분하면서도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마지막 점검을 마쳤다.

○…청와대는 과거 대통령의 해외순방 때 1명의 수석비서관이 청와대에서 비상숙직을 했으나 이번에는 ‘특수상황’인 만큼 2, 3명의 수석비서관이 번갈아 ‘불침번’을 서는 ‘특별근무체제’에 들어갈 계획.

총리실은 김대통령의 방북기간 중 상황실 근무자를 3배로 늘리는 등 비상사태에 대비할 방침. 이한동(李漢東)총리서리는 14일 예정대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각 부처에 ‘철저한 근무 태세’를 주문할 예정.

○…통일부 상황실은 평양에 체류중인 선발대와 직통전화로 평양 순안공항 상태 등 북측 준비상황을 체크하며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평양행을 준비. 통일부 관계자는 “대통령 방북기간 중 만약의 돌발변수에 대비해 24시간 비상 근무를 할 것”이라고 설명.

이 관계자는 “이번 정상회담으로 통일부가 최대 ‘호황’을 맞고 있다”며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아는 전문부처의 공무원으로서 사명감을 갖고 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다짐.

○…외교통상부는 정상회담 기간 중 주변 열강의 반응을 체크하고 주한 외국 대사관과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일종의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 운영한다.

외교부 관계자는 “이는 외국대사관에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설명 등이 필요할 때를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 외교부는 반기문(潘基文)차관을 ‘현장책임자’로 하는 특별상황실을 롯데호텔에 설치.

○…국방부는 남북 정상회담 일정이 하루 연기됨에 따라 전군에 이미 하달한 ‘근무기강 확립 특별지침’을 재확인하면서 차분하게 대응.

조성태(趙成台)국방부장관은 이날 오전 국방부 합동참모본부의 차관보급 및 본부장급 이상 주요 간부들이 참석한 조찬간담회 자리에서 “모든 장병은 정상회담 등 남북 화해 협력 분위기에 역행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군 본연의 임무 완수에 최선을 다하라”고 당부.

<부형권기자>bookum90@donga.com

▼北 남북회담 준비 상황▼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평양 방문을 앞두고 북한에서 가장 바쁜 시간을 보낸 사람들은 누구일까. 남측과 마찬가지로 상황실 관계자들임에 분명하다.

남측이 4월15일 정상회담 추진위원회와 준비기획단을 만들고 상황실인 ‘기획통제실’을 설치한 것과 마찬가지로 북측도 비슷한 준비를 해왔다는 게 남측 회담관계자의 전언.

북한전문가들은 대남관계를 담당하는 노동당 통일전선부(부장 김용순·金容淳)가 회담 준비와 진행에 관한 업무 전반을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노동당 대남담당비서와 아태평화위원장을 겸임하는 김위원장은 남측의 준비상황을 책임지는 박재규(朴在圭)통일부장관과 비슷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측 상황실은 통일전선부장의 지휘아래 김대통령의 평양 환영행사 및 정상회담을 비롯한 각종 행사에서의 경호문제 등을 분야별로 준비하고 각종 돌발사태를 처리하는 '정황처리반'도 운영할 것이라는 게 탈북자들의 설명.

여기에는 북한 최고의 공안기구인 국가안전보위부와 우리의 경찰조직에 해당하는 인민보안성 등의 최정예 인력이 배치됐음은 물론이다.

북한이 이번 정상회담을 연기한 이유 중의 하나로 경호문제가 등장한 것도 북측 경호팀으로서는 부담. 이을설(李乙雪·원수)사령관이 이끄는 호위사령부로서는 이 때문에 일이 두배로 늘어났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정상회담의 경호는 호위사령부 참모장인 윤정린(중장·우리의 소장에 해당)의 지휘아래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의 경호를 직접 담당하는 제2총국에서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 김일성(金日成)주석 생전에 경호를 담당하던 제1총국은 이제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기념궁전 등을 경호하고 있으며 제3총국은 정치국위원과 주요인사들의 가족 경호를 맡고 있다.

따라서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근접경호를 맡는 부서는 호위사령부 제2총국이 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 그러나 최근 김국방위원장의 군부대 방문시 인민군 보위사령부(사령관 원응희·元應熙 대장)가 경호를 담당했다는 점에서 군보위사령부도 남북정상회담을 준비하는 경호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공산이 크다.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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