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YS 만찬회동 이모저모]등산―訪美 화제로 화기애애

  • 입력 2000년 5월 10일 01시 33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의 9일 청와대 회동은 그동안 악화일로로 치닫던 두사람 간의 관계를 감안하면 비교적 만족스러웠다는 게 양측의 공통된 평가다.

두 사람은 당초 예상보다 긴 2시간 45분 동안 만났으며 식사가 끝난 뒤에는 1시간 15분 동안 배석자 없이 별도로 회동. 특히 김대통령은 김전대통령을 ‘김대통령’, 손명순(孫命順)여사를 ‘영부인’으로 호칭했고 이례적으로 접견실에서 영접하고 회동 후에는 현관까지 내려가 전송하는 등 예우에 각별히 신경을 썼다.

○…김대통령은 접견실에서 김전대통령을 반갑게 맞이하며 악수를 나눴고 이희호(李姬鎬)여사와 손여사는 만나자마자 포옹. 만찬에 앞서 두 사람은 접견실에서 10여분간 김전대통령의 방미와 건강 등산 등을 주제로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담소.

접견실에 좌정한 후 김대통령은 먼저 “미국에 며칠간 다녀오셨지요”라고 물으며 얘기를 꺼냈고 김전대통령은 “2주간요. 네다섯 군데 다녀왔는데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 갔더니 대학원이 전체 하버드대의 60%를 차지하더라”고 소개.

이어 김대통령은 “참 건강하시다.우리는 절반도 못따라가겠다. 전국의 산이란 산은 안가본 곳이 없겠다”고 말하자 김전대통령은 “한라산 등 안가본 곳이 없다. 무등산도 가봤는 데 산이 높지 않았다”고 답변. 이에 이희호여사가 “산의 정기도 많이 받으셨겠다”고 덕담을 하자 김전대통령은 활짝 웃음.

이들 내외는 10분가량 접견실에서 환담한 뒤 백악실로 옮겨 한식으로 식사를 했으며 식사전 박재규(朴在圭)통일부장관이 남북정상회담의 성사과정과 준비상황 등을 보고했다.

○…회동이 끝난 후 김대통령은 박준영(朴晙瑩)공보수석비서관을 불러 회동내용을 구술했고 박수석은 곧바로 그 결과를 발표. 박수석은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협조 등 4가지 합의내용을 설명한 뒤 “두 분께서는 하시고 싶은 말씀을 아주 솔직하고 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나눴다”고 설명.

박수석은 또 “김대통령께서도 대단히 만족해하시며 과거의 우정을 확인하는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고 말씀했다”고 소개. 김대통령은 특히 “대화를 해보니까 잘못된 정보 때문에 오해를 하고 있는 부분이 많았다”고 말했다는 것.

박수석은 또 “김전대통령이 그동안 서운했던 점에 대해 솔직하게 말씀했고 김대통령은 이를 경청했다”고 말했으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언급을 피했다.그는 또 “현철(賢哲)씨문제는 나오지 않았다”고 부연.

○…김대통령과 김전대통령은 이날 만찬회동에서 서로 ‘김대통령’이라고 불렀다는 후문. 특히 김전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국내 정치문제에 대해서도 얘기할 것”이라며 각종 정치현안에 대해 매우 상세히 자신의 입장을 설명했다는 것. 한나라당 박종웅(朴鍾雄)의원은 김전대통령의 발언을 전하면서 “김대통령이 (YS의 지적에 대해) 정말 잘못했다고 생각한다. 사과드린다”고 말했다고 소개.

○…이날 회동을 마친 뒤 김전대통령은 “평소 김대통령에 대해 생각하고 있던 말을 다 했다”고 밝혔다고 한나라당 박종웅의원이 전언.

박의원은 특히 김전대통령이 김대통령과 혼자 남았을 때 정치현안에 대한 ‘독설’을 쏟아놓자 김대통령이 몇차례 수긍하는 태도를 보였다고 부연.

박의원은 “향후 두 사람사이에 협력관계가 마련됐다고 보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김전대통령이 그런 말씀은 하지 않았다”고 대답.

김전대통령은 이날 여권의 핵심 인사들이 최근 “정권창출을 못하면 피바람이 불 것이다” (민주당 김영배고문) “소수 호남이 단결하면 정의”(김성재 청와대 정책기획수석)라고 말한 대목 등을 일일이 지적했는데 이로 미루어 김전대통령은 평소 여권에 쌓인 불만을 거침 없이 토로한 것으로 보인다고 박의원은 설명.

<최영묵·정연욱기자>ym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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