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조직개편안 문제점]"작은 정부에 역행" 비판

  • 입력 2000년 5월 7일 20시 52분


정부가 제3차 정부조직 개편안을 만들어 7일 발표한 것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1월 3일 신년사에서 재정경제부와 교육부를 부총리급 기관으로 승격시키고 여성부를 신설한다는 방침을 밝힌데 따른 것이다.

이에 대해 행정학 전공 교수와 시민단체들은 현 정부 출범 후 폐지한 부총리제와 여성부를 2년여만에 부활하는 것은 ‘작은 정부’에 역행하는 처사라고 비판하고 있다.

▽경제부총리〓부총리제는 63년 박정희(朴正熙)대통령이 경제개발계획을 추진하면서 당시 경제기획원을 부총리급 기관으로 승격시키며 도입한 제도. 그후 30여년간 한국의 경제개발을 주도했던 경제 부총리제는 98년 현 정부가 들어서면서 “재경원 부총리에 권한이 집중돼 있어 각 부처의 자율성을 제약하고 있다”는 이유로 폐지되고 그 기능은 재경부와 기획예산처 금융감독위원회 등으로 분산됐다.

정부는 이번에 경제부총리를 다시 신설하는 이유에 대해 “각 부처가 독자적으로 정책을 수립해 시행하다 보니 정책간 연계성과 일관성이 없어 종합 조정기능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연세대 유평준(兪平濬·행정학과)교수는 “경제 부총리제는 수직적 구조를 강화시켜 부처간 민주적인 조정기능을 약화시킬 수 있다”며 “경제위기로 움츠렸던 관료집단과 이해 관계자들이 기득권을 회복하려는 움직임”이라고 주장했다.

또 행정개혁시민연합의 조석준(趙錫俊·서울대 명예교수)대표는 “헌법에 부총리에 대한 규정이 없는 상황에서 하위법인 정부조직법으로 이를 둘 수 있도록 하면 위헌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교육부총리〓인적 자원개발 정책을 총괄할 기구의 필요성은 정부 안팎에서 일찌감치 제기돼 왔다. 즉 인력 관리 기능의 경우 직업훈련은 노동부, 과학기술인력 양성은 과학기술부, 문화전문 인력 양성은 문화관광부 등 각 부처로 분산돼 있어 분야별 인적자원의 불균형이 심하고 부처간 업무가 중복되는 등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교육부총리제를 반대하는 인사들은 “교육부의 위상을 강화하기 이전에 초중등 교육을 지방자치단체에 과감히 이양하고 대학교육 정책도 대학에 일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단국대 김재일(金在一·행정학과)교수는 “교육부 위상의 격상은 교육정책 전반에 정부의 입김을 강화시킬 우려가 있다”며 “교육기능은 오히려 민간에 과감히 이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성부 신설〓경실련 고계현(高桂鉉)시민입법국장은 “여성부를 신설할 경우 부처 이기주의에 의해 여성업무가 고립돼 오히려 여성의 권익 신장이 저해될 우려가 있다”며 “현행 여성특별위원회의 기능을 강화해 여성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세대 김판석(金判錫·행정학과)교수는 “98년 1차 정부조직개편때 폐지된 공보처가 99년 2차 개편때 국정홍보처로 살아나고 정무2장관실은 이번에 여성부로 부활하는 등 개혁정책에 일관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진영기자>eco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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