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해병' 첫 판정 故 박길래씨 추모모임서 뜻기려

  • 입력 2000년 5월 4일 19시 25분


"…이 화창한 봄날 노란 민들레는 여기저기 흐드러지게 피었는데, 공해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날아가 꽃을 피우겠다던 당신은 정말 가신 것입니까…"

지난 4월 29일 타계한 故 박길래씨에게 보내는 만화가 신영식씨의 추모사. 신씨처럼 박길래씨을 잊지 않고 기리고자 하는 사람들이 4일 서울 향린교회에서 조촐한 추모모임을 가졌다.

故 박길래씨는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주었던 80년대 상봉동 진폐증사건의 피해자로 88년 국내 처음으로 공해병 판정을 받았었다. 그녀는 아픈 몸에도 불구, 환경운동연합의 전신인 공해추방운동연합과 함께 공해추방에 앞장섰던 환경운동가이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언제부터인가 그녀의 이름 앞에는 '검은 민들레'라는 수식어가 붙기 시작했다.

"돌아가시는 날까지 당신 자신의 죽음보다도 사람들이 당신을 잊고 또 이 땅의 공해문제를 잊게 되는 것을 더 두려워하셨어요."

남편도, 자식도 없이 홀로 병마와 싸워야했던 박씨에게 수양딸같은 존재였던 오진희(37)씨가 울먹이며 전하는 말이다.

그렇게 박씨는 자신이 공해로 인한 마지막 피해자이길 바라며 살아있는 동안 공해의 심각성을 알리는 데에 열성이었다.

이날 모임에 참석한 최열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은 "박길래 선생의 인생은 공해문제에 대한 살아있는 경고였으며 그분의 죽음을 통해 과연 우리가 무엇을 목표로 살아가야 하는지를 다시금 생각해봐야 한다"면서 고인의 삶을 기렸다.

이들은 앞으로 '검은 민들레 故박길래 선생 추모모임(준)'을 결성, 기념비제작등 추모사업을 벌이기로 했다.

이날 박씨를 추모하기 위해 모인 이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선생의 의로운 삶과 죽음을 기억해야 할 책임이 우리들에겐 있다고.

김경희/동아닷컴 기자 kik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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