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민련 두갈래 기류 "與로 갈까 野로 갈까"

  • 입력 2000년 4월 30일 20시 35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이한동(李漢東)자민련총재의 지난달 28일 청와대 회담 이후 자민련 내에는 당의 진로와 관련, 민주당과의 관계개선론과 독자노선 고수론 등 두 갈래의 기류가 엇갈리는 분위기다.

관계개선론은 이총재 측근들 사이에서 제기된다. 선거과정에서 관계가 악화됐지만 한때 공동정부를 운영해왔던 우당(友黨)관계였던 만큼 관계개선을 통해 ‘실리’를 꾀해야 한다는 것. 이에 따라 당 안팎에선 ‘결자해지(結者解之)’ 차원의 DJP 회동이 조만간 성사되지 않겠느냐는 가능성이 거론된다.

반면 강창희(姜昌熙)사무총장 김학원(金學元)대변인 등의 생각은 다르다. 당의 최우선 과제인 원내교섭단체 구성을 위해선 한나라당의 협조를 얻어야 하는데 민주당과의 관계개선은 도움이 안된다는 게 이들의 주장. 한 당직자는 “한나라당 사람들을 만나보면 교섭단체 구성에 대해 부정적이지만은 않다”며 “자민련이 민주당과 공조할 것이라는 한나라당측의 ‘의심’을 씻어주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김종필(金鍾泌)명예총재는 일단 후자 쪽에 무게를 실어주는 듯하다. JP의 입장은 여전히 공조불가론이라는 것. 다만 한 당직자는 “JP가 민주당에 섭섭함을 드러내면서도 ‘나라를 어렵게 하지는 않겠다’며 사안에 따라선 협력하겠다는 입장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저런 정황을 감안할 때 자민련은 원내교섭단체 구성문제가 가닥이 잡힐 때까진 민주당과 한나라당 사이에서 철저하게 ‘등거리(等距離)’를 고수하는, 그렇다고 어느 쪽으로부터도 자유롭지 않은 어정쩡한 행보를 보일 것 같다.

<이철희기자>klimt@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