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대 포커스 이사람]'당권 도전' 깃발 강삼재의원

  • 입력 2000년 4월 27일 18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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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강삼재(姜三載)의원은 26일 오후 경남 창원시에서 이 지역 순방에 나선 이회창(李會昌)총재와 만났다. 총선 이후 두 사람이 제대로 인사를 나눈 것은 이번이 처음. 이총재는 이날 강의원에 대한 평가를 묻는 기자들에게 “아주 유능하고 장래성 있는 젊은 정치인”이라고 덕담을 던졌다. 두 사람은 환한 표정을 지으며 악수를 나눴지만 속내는 그리 편하지 않은 듯했다. 강의원은 이날 이총재 주재 만찬 도중 지역구 행사를 이유로 자리를 떴다.

두 사람은 서로의 흉중(胸中)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한나라당의 전신인 신한국당에서 이총재는 선대위원장과 당총재로서, 강의원은 사무총장으로서 호흡을 맞춘 적이 있기 때문.

그러나 두 사람은 97년 대선을 앞두고 이총재가 전격적으로 당시 신한국당 명예총재였던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의 탈당을 촉구하면서 갈라섰다. 그때부터 강의원은 이총재를 “가슴없는 사람”이라고 비난해왔고 지난해 민주산악회 재건 시도가 있었을 때 양자간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졌다.

이번 총선 승리로 이총재의 당내 위상이 대폭 강화되고 ‘이회창 대세론’이 급류를 타고 있는 상황에서 강의원이 ‘5·31’ 전당대회 때 총재경선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힌 것도 이같은 갈등의 소산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강의원이 내세우는 명분은 다르다. 강의원은 당권도전의 명분은 한나라당 주류측과는 다른 총선 민의 해석에서 출발한다. 그는 “이번 총선에서 유권자들이 과연 한나라당이 좋아서 지지했을까. ‘반DJ’정서에 편승한 ‘반사이익’이 아니냐”고 묻는다.

강의원은 총재 1인의 ‘사당화(私黨化)’로 치우친 당의 면모를 바꾸지 못할 경우 2년반 후 대선도 결코 낙관할 수 없다며 당의 환골탈태(換骨奪胎)를 외친다. 그러면서 결국 당의 변화는 세대교체로 상징되는 국민적 변화 욕구를 수렴하는 것이라고 강의원은 주장한다.

“이번 선거를 통해 정치에 대한 국민 불신이 극에 달했다는 사실이 드러나지 않았느냐. 변화의 바람을 적극적으로 수용해야 한다”는 게 강의원의 변. 이총재의 독선적 당운영 방식에 대한 비판이 총선 승리로 잠시 묻혀있지만 결국 또다시 전면에 떠오르리라는 게 강의원의 주장이다.

강의원은 이총재 체제에 대한 도전이 현재로서는 다소 무모하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한다. 그러면서 이번 당권 도전이 이총재에 대칭되는 축의 중심을 선점, 당내 입지를 확보하기 위한 장기적 포석이라는 점도 굳이 부인하지 않는다.

<정연욱기자>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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