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총재 대통령제발언 관련반응]'중임제 개헌' 논란

  • 입력 2000년 4월 19일 19시 40분


“대통령 중임제 개헌을 검토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는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의 발언에 대해 여야는 19일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민주당은 개헌론이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레임덕 현상을 재촉하지 않을까 우려한듯 부정적인 태도였고 한나라당은 정국주도권 장악을 위해 적극 검토해볼 만한 사안이라는 반응이 주류를 이뤘다. 자민련은 내각제 개헌을 포함한 개헌논의를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지금 개헌논의는 시기상조”라고 일축.

김대통령의 임기가 2년10개월여 남은 상태에서 개헌논의가 활발해지면 각종 개혁추진은 물론 두 달도 안 남은 남북정상회담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

김옥두(金玉斗)사무총장은 “개헌논의보다는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는 정치를 해야 할 때”라며 불쾌감을 드러냈고, 이인제(李仁濟)전선대위원장은 “내가 코멘트할 성격이 아니다”며 언급을 회피. 한 핵심당직자는 “‘대통령병’에 걸려 있는 이총재의 속내가 드러난 것”이라며 “김칫국부터 마시는 격”이라고 비아냥.

그러나 일부 당직자들은 사견임을 전제로 “권력구조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를 할 때 논의해보거나 5년 단임제를 한번 더한 뒤 중임제 개헌도 생각해 볼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

○…한나라당에서는 김덕룡(金德龍)부총재가 즉각 대통령 중임제 개헌에 동조하고 나섰다. 김부총재는 이날 “국력의 효율적인 조직과 결집을 위해 지방자치선거 국회의원선거 대통령선거 등의 정치일정을 조정하고 권력구조를 정 부통령제에 4년 중임제로 바꾸기 위한 개헌을 준비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 또다른 중진의원은 “중임제 개헌논의를 통해 내각제 개헌 움직임에 쐐기를 박고 정국주도권을 잡아나가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적극 동조.

한나라당은 지난해 제2창당 방안을 논의한 ‘뉴밀레니엄위원회’에서 대통령 중임제 개헌을 추진해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으나 당시 개헌론을 제기할 경우 내각제 개헌논의를 촉발시킬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발표를 유보. 한편 이총재는 “대통령 단임제의 문제점을 지적한 원론적인 발언이었을 뿐 중임제 개헌 필요성을 주장한 것은 아니었다”고 한발 물러서는 듯한 자세를 보여 대조.

○…총선 패배의 충격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한 자민련은 내각제 개헌 의지를 재천명하며 원론적 입장만 개진. 이규양(李圭陽)부대변인은 “개헌논의 자체를 반대할 생각은 없으나 개헌논의를 하려면 내각제 개헌논의도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

<김차수·양기대기자>kim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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