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체제정비 어떻게]민주 '金心줄서기' 이젠 없다

  • 입력 2000년 4월 16일 19시 01분


코멘트
“16대 국회에선 절대 ‘총대’ 메지 않겠다. 다시 (DJ로부터) 공천받을 일도 없고….”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직계세력인 동교동계의 한 민주당 재선의원은 총선 직후인 14일 ‘농반진반(弄半眞半)’으로 이처럼 말했다. 이 의원의 암시처럼 총선 후 DJ의 통제력 이완을 예측하는 견해는 이번 총선이 사실상 DJ의 ‘마지막 공천’이었다는 점과 직결돼 있다.

‘김심(金心)’에 일방적으로 의존했던 당소속 의원들이 엄청난 정치지형의 변화가 예상되는 17대 총선에 대비, 이미 독자 생존력의 확보 차원에서 ‘각개약진’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실제 이런 분위기는 이번 총선에서 시민단체들의 낙선운동이 후보들의 당락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사실이 확인되면서 의원들간에 한층 확산돼간다.

DJ의 당 통제력이 전처럼 절대적이기 어려울 것이라는 예측의 또 다른 근거는 당내 역학구도의 변화조짐. 우선 당내에서는 9월 최고위원 경선부터 DJ가 ‘후보 가지치기’ 등에 직접 개입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이미 최고위원 경선 출마의사를 직간접적으로 밝히고 있는 중진들이 ‘압력’에 승복하지 않을 것이 분명한데다 당의 활성화 차원에서도 “자연스러운 당내 질서를 형성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요구가 대세를 이뤄갈 것이기 때문.

여기에다 이번 총선 결과 김중권(金重權)전대통령비서실장, 노무현(盧武鉉)의원 등 ‘영남카드’가 몰락함으로써 DJ가 당권 및 후계구도와 관련,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카드를 잃었다는 점도 통제력 약화를 예상케 하는 요인이다. 바꿔 말하면 특정인에게 줄을 서는 ‘힘 쏠림’현상을 견제할 유효한 수단이 약화됐다는 것이다.

<이동관기자>dkl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