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대총선]여야 '前정권 경제책임론' 공방

  • 입력 2000년 3월 14일 19시 10분


민주당과 한나라당이 벌이고 있는 공방이슈 중 하나가 경제상황과 관련된 ‘전(前)정권 책임론’이다.

먼저 불을 지른 쪽은 민주당.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가 연일 유세를 통해 빈부격차 심화 등 경제실정을 공박하자 민주당은 “IMF를 초래하고 나라를 망친 정당이 경제 실정을 비판할 자격이 있느냐”며 ‘전정권 책임론’을 들고 나온 것.

이인제(李仁濟)선대위원장은 연일 “한나라당은 ‘국민의 정부’의 발목잡기만 일삼고 있다”며 “한나라당은 현 정부 출범 후 빈부 격차가 더 심화됐다고 비난하고 있으나 이는 한나라당이 집권여당이었을 때 IMF가 요구하는 살인적인 고금리와 초긴축 재정을 수용해 기업이 도산함으로써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이총재는 14일 강릉지구당 개편대회에서 “집권 2년반이 다 돼가는 데 아직도 전정권에 책임을 돌리는 거짓말 정권에 이번 총선을 통해 따끔한 경고를 보내야 한다”고 반격했다. 장광근(張光根)선대위대변인은 14일 논평을 내고 “김대중(金大中)대통령 자신이 IMF 극복을 선언해놓고 이제 와서 IMF 타령이냐”며 “DJ정권이 내일은 생각하지 않고 ‘우선 쓰고 보자’는 식으로 재정적자를 늘려온 게 경제위기의 주원인”이라고 반박했다. 이 같은 공방이 계속되는 이유는 자명하다. 민주당으로선 지난 대선 때 한나라당을 ‘나라 망친 당’으로 몰아붙여 톡톡히 재미를 봤다고 생각하고, 한나라당으로선 ‘이제는 그 악몽에서 벗어날 만큼 세월이 지났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새천년 첫 총선에서 벌이는 여야의 전 정권 책임공방이 한심스럽다.

<양기대·박제균기자> k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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