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거티브 캠페인 왜 기승?]"쓰러뜨리고 보자" 난투극

  • 입력 2000년 3월 7일 20시 06분


새 천년의 첫 선거인 16대 총선이 초반부터 상대 정당이나 후보 흠집내기 양상으로 치닫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치권에서는 이번 선거의 구도가 과거에 비해 다극화되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주요 정당 수는 4개로 예년 수준이지만 이들 사이의 관계는 전례 없이 복잡 미묘하게 얽혀 있어 구조적으로 서로가 서로를 비방하며 싸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4당 중 어느 두 당을 표본 추출해도 한결 같이 배타적 관계인 게 사실이다. 말이 ‘1여(與) 3야(野)’이지 상호 관계를 보면 여-야 관계는 물론이고 야-야 관계도 험악하기 짝이 없다.

이러다 보니 이번 선거전에선 적군(敵軍)이 따로 없다. 특히 민주당과 자민련 사이에는 ‘내각제’, 한나라당과 민국당 사이에는 ‘공천물갈이’처럼 각 당의 입장이 상반된 갈등 요인이 엄존하고 있어 날이 새면 서로 치고 받는 난타전이 계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각 정당의 텃밭 장악력 약화도 네거티브 공방을 부추기는 한 요인이다. 3김(金)씨의 영향 아래 치르는 선거가 이번 총선이 마지막이 될 가능성이 높아 지역별로 이들의 뒤를 이으려는 이른바 ‘차세대 주자’들의 쟁투가 그 어느 때 보다 치열하기 때문이다.

충청권의 경우 민주당 이인제(李仁濟)선대위원장과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가 이미 JP를 상대로 한 전면전에 들어간 상태. 영남권도 YS 퇴장 이후의 공백을 놓고 이회창총재와 민국당측이 물러설 수 없는 한판 승부를 벌이고 있다.고 호남권 역시 다른 지역에 비해 강도는 약하지만 몇몇 선거구에서 예전에 볼 수 없던 무소속 약진 양상이 나타나고 있는 형국이다.

이렇게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다 보니 선거전은 자연히 조기 과열될 수밖에 없다. 공명선거고 뭐고 간에 일단 ‘상대부터 쓰러뜨리고 보자’는 식의 ‘막가파식 선거행태’가 횡행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선관위가 적발한 불법선거운동 사례에서도 선거전의 혼탁상이 여실히 드러난다. 지난달 29일 현재 전국 시도 선관위가 조치한 불법선거운동은 모두 998건으로 15대 총선 같은 시점의 175건 보다 5.7배나 많았다. 특히 유형별로 볼 때 비방 흑색선전이 모두 11건으로 15대 당시 5건의 두 배를 웃돌아 네거티브 선거전이 기승을 부리고 있음을 실감케 했다.

<송인수기자> i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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