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野 '돈공천'공방 가열]목청은 높은데 실체는 없고

  • 입력 2000년 3월 6일 19시 29분


한나라당의 ‘돈공천 의혹’의 실체는 과연 무엇일까.

▼민주당 형사처벌도 거론▼

그동안 한나라당에 대해 공세를 취해온 민주당은 6일 당사자들에 대한 형사처벌까지 거론하는 등 공세의 수위를 한층 끌어올렸다. 그러나 아직은 ‘공세’ 이상의 수준은 아니다.

민주당 관계자들도 “현재로선 무슨 증거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털어놓았다. 그동안 민주당의 공세도 주로 개연성에 의존해 왔다.

한나라당 공천을 받았다가 교체된 이상열(李相烈)씨의 돈공천 의혹이 제기되자 민주당은 지난달 27일 “이씨가 공천을 받기 전 자신의 주유소를 20억원에 처분했다”며 공천헌금의혹을 제기했다.

민주당은 이어 2일자 당보를 통해 “이씨가 공천과 관련해 이총재에게 10억원, 이총재의 측근에게 5억원을 줬고 특정지역 공천자 16명이 1억원에서 20억원까지 당직자들에게 줬다는 100억원대의 명세표까지 나돌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때도 정치권에 나돈 괴문서를 인용했을 뿐이었다.

민주당은 이씨가 3일 기자들에게 “돈공천 문제를 밝힐 결정적인 근거를 갖고 있으며 한나라당이 먼저 공개하지 않을 경우 총선시민연대와 공개토론회를 열어 모든 것을 공개하겠다”고 말하자 한껏 기세를 올렸다.

▼한나라 명예훼손고발 반격▼

발끈한 한나라당은 4일 민주당 총재인 김대중(金大中)대통령 등 3명을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고 이에 맞서 민주당은 중앙선관위에 한나라당의 ‘지역구 및 전국구 매매의혹’에 대한 조사를 촉구하기에 이르렀다.

물론 쉽게 결론이 날 사안은 아니다. 검찰이 선거를 앞두고 수사에 나설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이고 ‘돈 공천’문제는 정치자금법 위반사항이어서 선관위가 조사할 사안도 아니다. 선관위도 민주당의 공식입장 표명요구에 곤혹스러워 하면서도 권한 밖의 일이라며 거리를 두고 있다.

▼이상열씨 '입'에 달려▼

민주당 또한 과거 야당 때 ‘돈 공천’으로 인한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전력이 있어 마냥 공세를 취할 입장도 아니다. 결국 ‘돈 공천’의혹 규명은 이상열씨의 입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이씨가 새로운 사실을 폭로하지 않을 경우 이 문제는 그냥 ‘말싸움’에 머무를 가능성이 크다.

<양기대기자> kee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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