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감정 공방]겉으론 "망국병"…속으론 활용 궁리

  • 입력 2000년 3월 5일 21시 15분


선거전이 본격화되면서 여야는 저마다 “지역감정을 선거에 이용해서는 안된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실제로는 지역감정을 이용방안 궁리에 몰두하는 모습이다.

○…민주당은 한나라당 등이 제기하는 지역 편중인사에 대해 ‘통계조작’에 불과하다고 반박할 뿐 설득력 있는 객관적 반론은 제시하지 못하는 실정.

민주당은 호남편중인사 주장과 관련해 현 정부 출범 전 3급 이상 공무원의 지역별 분포는 영남 36.9%, 호남 20.0%, 서울 경기 20.7%, 충청 16.8% 등으로 영남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으나 2000년 2월 현재는 영남 32.0%, 호남 24.7%, 서울 경기 20.3%, 충청 16.1%로 지역적 균형이 이루어져 가고 있다고 설명하는 등 의미없는 ‘숫자’만 나열.

○…한나라당은 호남 편중인사문제를 계속 거론하면서 고위직 공무원의 출신지역별 실태를 공개하라고 촉구.

장광근(張光根)부대변인은 5일 “지역감정의 최대 원인제공자들인 DJ-JP 간 공방은 역사의 아이러니”라고 지적하고 “지역감정의 골이 현 정권의 지역편중인사에 의해 치유불능 상태에 이르렀다”고 주장. 장부대변인은 이어 “망국적 지역병은 ‘3김정치’ 청산을 통해서만 치유가 가능하다”고 주장.

○…자민련은 JP발언을 계기로 이번 선거전을 지역감정으로 몰고 가려는 주역으로 몰리는 양상이 전개되자 “지역감정 해소에 앞장서겠다는 소망을 밝힌 것 뿐”(조부영·趙富英선대위원장)이라고 항변. 그러면서도 자민련은 ‘충청권 전체 24석 석권’을 목표로 제시하는 이중성을 노정.

이규양(李圭陽)수석부대변인은 “진정 지역감정 타파 의지가 있다면 지역감정을 부추기는 민주당 이인제(李仁濟)선대위원장부터 자제시켜야 한다”고 공격.

○…민국당 역시 영남지역 정서 자극에 치중하는 모습. 김윤환(金潤煥)창당준비위부위원장은 5일 대구 기자간담회에서 “각 지역민들은 (누구나) 자기 지역에서 대통령후보를 내고 싶은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 아니냐”면서 ‘영남정권 창출론’을 제시하는 등 지역감정을 노골적으로 자극.

<김차수기자>kim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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