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공천발표]"각본따른 사기극" …탈락 비주류 격앙

  • 입력 2000년 2월 18일 19시 47분


18일 한나라당은 공천결과에 반발한 현역 의원과 당원들의 몰려들어 온종일 벌집 쑤신 듯 뒤숭숭했다. 특히 당초 공천탈락으로 의결됐다가 이날 밤 재심의 요구에 의해 이세기(李世基·서울 성동)의원이 되살아나는 등 어수선했다.

▼"李총재 리더십 문제" 비난▼

○…이날 밤 9시20분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는 이사철(李思哲)대변인을 시켜 짤막하게 “이세기의원은 지역구에 공천하기로 했다”고 발표. 이러한 발표에 대해 당내에서는 당선가능성이나 의정활동, 당내 활동에 별 하자가 없는 이의원을 탈락시키는데는 아무래도 부담이 느껴져 이총재가 당무회의 재심의 요구를 받아들였을 것이라는 풀이가 지배적.

이에 앞서 이의원은 이날 아침 공천탈락 사실이 알려지자 “개인적인 감정과 공적인 일을 구분하지 못하는 이총재의 리더십에 큰 문제가 있다”며 비난.

▼"무소속으로라도 출마"▼

○…이날 탈락의 고배를 마신 비주류 중진들은 “이회창총재가 공언한 ‘계파불인정’은 껄끄러운 의원들을 배제한 채 자기 사람을 심으려한 것”이라고 비난. 이들 탈락 중진들은 어떻게든 출마하겠다는 태세여서 후유증이 심각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작지 않은 형편.

초선인 권철현(權哲賢)의원에게 밀린 신상우(辛相佑·부산 사상을)의원은 “이번 공천은 예정된 각본에 의한 사기극”이라고 흥분.

7선인 오세응(吳世應·성남분당을)의원도 “무소속 출마해 잘못된 행태를 바로잡을 것”이라고 흥분했고 김정수(金正秀·부산진을)의원은 “야당의 정체성을 상실하여 국민의 엄중한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

▼"이 黨이 망할때까지 투쟁"▼

○…공천심사위원회의 심사결과를 인준하기 위한 총재단회의와 당무회의도 진통을 거듭.

서울과 수도권 일부에서 자파 인사들이 대거 탈락한 김덕룡(金德龍)부총재는 격앙된 목소리로 이총재에게 “정말 이럴 수가 있느냐”고 거칠게 항의.

이날 오전에 당사 총재실에 들이닥친 임진출(林鎭出·경북 경주)의원은 “공천심사위원들이 돈을 먹고 이렇게 했다”며 “앞으로 이 당이 멸망할 때까지 투쟁하겠다”고 격앙.

천하장사 출신인 이만기(李萬基)인제대교수에게 밀린 김호일(金浩一·마산 합포)의원은 이날 오후 비공개로 열린 당무회의 회의장의 문을 치면서 “내가 당을 위해 DJ를 욕하다가 재판까지 받았는데 나를 토사구팽(兎死狗烹)하느냐”고 거세게 항의. 김의원은 또 공천자인 이교수를 겨냥해 “앞으로 국회의사당을 씨름판으로 만들 작정이냐”고 일갈.

<정연욱기자>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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