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대 총선]팔걷은 이회창총재, 공천 직접개입 시사

  • 입력 2000년 2월 16일 19시 32분


2일 기자회견에서 ‘계파 배제’를 천명한 뒤 공천 문제에 대해 침묵을 지켰던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가 16일 모처럼 입을 열었다. 이총재는 이날 주요당직자회의에서 “공천과 관련해 각 계파에서 여러 가지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이로 인해 당이 흔들려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이총재는 측근들조차 의아해 할 정도로 공천심사 개입을 자제해 왔다. 윤여준(尹汝雋)총선기획단장을 비롯한 측근그룹의 ‘현역 물갈이’ 건의가 현역 중심의 공천심사위에서 번번이 무산되는 상황에서도 이총재는 굳게 입을 다물었다.

이 때문에 측근그룹과 양정규(梁正圭)부총재 하순봉(河舜鳳)사무총장 등 공천심사위원 사이에 적지 않은 갈등까지 내연(內燃)하던 터였다. 특히 15일 서울 종로 출마를 선언한 조순(趙淳)명예총재가 출마 조건으로 내세운 ‘김동수(金東洙)서울양천갑위원장의 지역구 보장’을 하총장이 받아들일 것처럼 얘기한 것으로 알려지자 측근그룹은 “하총장이 막 나간다”고 강력히 반발했었다. 여기에다 김덕룡(金德龍)부총재 이기택(李基澤)전부총재 이부영(李富榮)원내총무의 세력 다툼까지 겹쳐 당 내부가 부글부글 끓던 중이었다.

이런 와중에 이총재가 침묵을 깨고 공천 문제를 입에 올린 것은 공천심사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중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 이총재 주변에서는 “17일쯤 총재가 공천심사 결과를 점검, 반개혁적 인선을 막아야 한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총재 자신이 ‘자파 배제’는 물론 외부 심사위원까지 참여시키며 ‘투명공천’을 천명한 만큼 공천심사에 개입할 공간이 그리 넓지 못하다는 게 이총재측의 고민이다.

<박제균기자>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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