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 막판 협상/이모저모]1인2표가 최대 걸림돌

  • 입력 2000년 1월 31일 20시 01분


여야는 선거법 추가 협상기간 마지막날인 31일 공식 비공식 원내총무 회담을 갖고 막판 의견 절충을 시도했으나 1인2표제 등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해 1일 재협상을 갖기로 했다.

○…3당 총무들은 이날 국회에서 여러차례 만나 협상을 벌였으나 한나라당과 자민련이 1인2표제 등에 대한 반대 입장을 고수, 합의점 도출에 실패. 이에 따라 국회는 의원들의 5분 발언을 들은 뒤 일단 본회의를 정회하고 총무들의 협상 진행상황을 지켜보다 오후 9시20분경 본회의를 속개, 임시국회 일정을 하루 연기한 뒤 곧바로 산회.

박준규(朴浚圭)국회의장은 “나는 16대 국회와 관계없지만 이러다가 자칫 잘못하면 국회 없는 16대를 맞을 수 있다”고 경고. 이어 “내일까지 선거법을 안고치면 현실적으로 고치기 어려우니 임시국회 회기를 하루만 연장하겠다”며 일방적으로 산회를 선포.

○…이에 앞서 여야 총무들은 이날 장시간 회담을 마친 뒤 지친 표정으로 “합의 본 게 없다”고 간단히 브리핑.

그러나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여야가 인구상한선을 하향 조정하는 대신 한나라당이 1인2표제를 수용하는 ‘빅딜’이 이루어질 뻔했다”는 소문이 무성. 이에 대해 민주당 박상천(朴相千)총무는 “한나라당의 교란 작전에 불과하다”며 “선거구획정위가 만든 안을 다시 고칠 수는 없고 1인2표제도 양보할 수 없다”고 쐐기.

한편 이날 민주당 박총무는 자민련 이긍규(李肯珪)총무에게 “공동여당끼리라도 합의하자”고 설득. 이총무는 이에 “여야 합의 없이 표결처리할 수는 없다”고 반대하면서도 “죽고 싶은 심정”이라고 고충을 토로했다는 후문.

○…한나라당과 자민련 의원들은 이날 일제히 시민단체의 낙천 및 낙선운동에 대한 불만을 토로.

백남치(白南治·한나라당)의원은 의총에서 “여당이 야당을 파괴하고 사법부가 야당을 표적수사하는 한국적 상황을 무시한 채 시민단체가 정치개혁을 요구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주장. 이원범(李元範·자민련)의원도 본회의에서 “법을 안지켜도 된다는 대통령과 이런 와중에 선거를 치르자는 시민단체의 작태는 어디서 나왔느냐. 김종필(金鍾泌)명예총재를 몰아내려면 김대중(金大中)대통령도 물러나야 된다”며 민주당과 시민단체를 싸잡아 비난. 한편 민주당은 이날 선거법과 정치자금법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해 야당측을 압박.

<송인수기자>issong@donga.com

▼선거구 화풀이 살풍경▼

“너는 죽어, 나쁜 XX.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네가 알기나 해. 나만 떨어지고, 네가 당선될 수 있을 것 같아.”

민주당 의원총회가 열리기 직전인 31일 오후1시반 국회 예결위 회의장. 선거구획정에 불만을 품은 전국구 김태랑(金太郞·경남 창녕)의원이 선거구획정위원 이상수(李相洙)의원에게 욕설을 퍼붓자 회의장 분위기가 금세 얼어붙었다. 특히 악수를 청하는 이의원을 밀치는 과정에서 김의원의 주먹이 이의원의 어깨에 닿는 등 살풍경이 벌어졌다.

김의원의 주장은 생활권이나 인구로 볼 때 창녕(7만4668명)은 함안(6만5923명)이나 의령(3만5358명)과 통합돼야 하는데도 밀양(12만6641명)과 통합한 것은 게리맨더링의 전형이라는 것.

이 소동 이후 민주당은 아예 의총을 비공개로 진행했다. 의총장에서는 지역구가 통폐합되는 의원들이 당지도부에 대해 강도 높은 불만을 털어놓았다.

자민련 의총도 마찬가지였다. 공주와 지역구가 통합되는 김고성(金高盛·충남 연기)의원은 “이번 선거구획정은 ‘살농(殺農)정책’의 표본이다. 공주와 연기를 합치면 서울면적의 두배인데 의원을 한명 뽑을 수 있느냐”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지역구인 서천이 보령과 통합되는 자민련 이긍규(李肯珪)원내총무측은 “서천은 보령보다 인구가 적은 부여와 통합돼야 하는데 부여위원장인 선거구획정위원 김학원(金學元)의원 때문에 엉뚱하게 보령으로 통폐합됐다”며 목청을 높였다.

한나라당 의총도 획정위안에 대한 성토장이었다. 김영진(金榮珍·강원 원주을)의원은 “선거구획정이 지역구 10% 감축이라는 절대적인 전제에서 출발했는데 강원도에서 30%나 감축된 것은 강원도 정치권이 더 오염됐기 때문이냐”고 따졌다.

이날 본회의에서도 지역구가 통폐합되는 의원들의 5분발언이 쏟아졌다. 한나라당 김재천(金在千·진주갑)의원은 “지역대표성이 고려되지 않은 선거구획정은 마땅히 재심해야 한다”고 요구했고 자민련 박세직(朴世直·구미갑)의원도 “인구는 늘었는데 무조건 국회의원 숫자만 줄이는 게 능사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공종식기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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