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질긴 '한보 망령']무혐의처분 정치인 9명 '명단'올라

  • 입력 2000년 1월 25일 20시 20분


한보비리 사건 수사 당시 검찰 수사망을 빠져나갔던 정치인들이 국민의 심판대에 서게 됐다.

총선연대가 밝힌 ‘공천 부적격자’ 66명 가운데 한보비리에 연루돼 소위 ‘정태수 리스트’에 올랐던 정치인은 30%에 가까운 17명. 이중 당시 검찰수사에서 재판에 회부된 정치인은 8명뿐이고 나머지 9명은 ‘무혐의’나 ‘불기소’ 처분을 받아 풀려났었다.

이 사건을 수사했던 심재륜(沈在淪) 당시 대검 중수부장은 97년 5월 한보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면서 취재진에게 “정씨에게서 돈을 받고도 기소되지 않은 정치인들은 언젠가 국민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는데 묘하게 맞아떨어진 셈.

당시에는 모두들 이 말을 검찰이 리스트에 든 정치인을 모두 기소하지 못한데 대한 변명쯤으로 받아들였다. 그의 이 말은 이들 정치인이 여러 가지 방법으로 검찰수사망을 피해나갔다는 사실을 짐작케하는 발언이기도 했다. 이번 총선연대의 낙천대상 선정은 이들 9명을 다시 국민의 심판대로 불러낸 셈이다.

한보비리 정치인들은 “유죄 판결은 받았지만 표적수사였던 만큼 상관없다”고 발뺌했다. 일부는 “재판중이니 무죄 입증하겠다”고 해명했지만 이들은 이미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았거나 1심판결을 늦추기 위해 재판에 불성실하게 출석해 여론의 호된 비판을 받아왔다.

물론 “검찰이 무혐의 또는 불기소 처분을 내렸는데 무슨 문제냐”고 항변하는 정치인도 있다. 검찰출신의 한 변호사는 “낙천대상으로 꼽힌 정치인들이 한 상식이하의 해명이 오히려 국민으로부터 반감을 살 것”이라고 말했다.

<김승련기자>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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