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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1월 16일 20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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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3당은 15일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 정치자금법, 국회법, 정당법 등 정치관계법을 합의하면서 당초의 개혁약속을 파기하고 ‘반(反)개혁적 개악(改惡)’을 서슴지 않는가 하면, 특히 현역의원들의 정치적 이해관계와 직결된 선거구 획정문제를 헌법 및 관계법률 정신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나눠먹기식 담합(談合)’으로 결말짓는 후안무치한 자세를 보였다.
이같은 여야의 철두철미한 당리당략적 밀실합의로 국민의 정치개혁 기대가 무산됨에 따라 시민단체들이 추진하는 낙천 낙선운동이 한층 본격화될 것이 확실시되며, 이에 따른 국민적 저항이 확산될 가능성도 있어 16대 총선 양상이 매우 가파르게 전개될 전망이다.
여야는 자신들에게 불리한 선거사범 공소시효는 현행 6개월에서 4개월로 단축하는 반면, 사회전반의 구조조정과 형평을 맞춰 의원 수를 대폭 줄여야 한다는 국민적 여론을 무시한 채 국회의원 수를 현행(299명)대로 유지키로 하는 등 노골적인 ‘집단이기주의’ 자세를 드러냈다.
또 그동안 위헌소지와 함께 반 민주적 악법이라는 지적을 받았던 ‘선거기사심의위원회’ 설치를 관철시키는 한편 선거공영제를 명분으로 내세워 이번 총선의 경우 국민 세금으로 충당되는 국고보조금 126억원을 추가로 확보했다.
여야는 특히 선거구 획정과 관련, 무원칙한 나눠먹기식 통합 분구로 헌법취지를 위배하는가 하면 인구기준일을 최근치로 하도록 한 선거법 규정을 외면하고 지난해 9월말을 편법 적용해 일부 선거구가 통폐합되지 않도록 하는 등 자의적 담합도 서슴지 않았다.
이에 대해 400여개 시민단체의 연합인 2000년 총선시민연대를 비롯한 각계 시민단체들은 “정치개혁을 정치권에 맡겨둘 수 없다는 이유가 명백히 드러났다”면서 낙선 낙천 운동을 더욱 본격화할 뜻을 분명히 밝혔다.
총선시민연대 이태호(李泰鎬)사무국장은 “국회의원들이 자신의 이익챙기기에만 급급할 뿐 국민의 개혁요구는 철저히 무시했다”고 지적했고, 정치개혁시민연대 김석수(金石洙)사무처장은 “이제 국민이 4월 총선에서 표로 심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아주대 김영래(金永來·정치학)교수는 “정경유착 방지와 정치자금의 투명성 확보를 위한 장치를 마련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국고보조금만 인상키로 한 것은 ‘정치인 집단이기주의’의 극치를 보여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정치개악안을 즉각 철회하라”면서 “철회를 거부할 경우 헌법소원 등 모든 법적 대응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김차수기자> kimc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