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소정치인 사면요구]"당리당략에 눈먼 후안무치"

  • 입력 2000년 1월 6일 19시 39분


한나라당이 선거법 협상과정에서 비리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정치인에 대한 사면을 요구해 ‘후안무치(厚顔無恥)’가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현재 한나라당은 기소정치인 사면의 이유로 이들이 검찰의 표적사정과 현 정권의 정치보복의 희생양이라는 점을 내세운다.

그러나 정치권이 당리당략과 의원 개인의 이해관계에 의해 사법권과 검찰권을 정면으로 침해하려는 것으로 일반 형사범과도 형평에 맞지 않는다는게 여측의 주장이다.

현재 정치권 일각에서는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가 당내 입지강화를 위해 기소된 당중진들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이 문제를 제기했을 것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한나라당 하순봉(河舜鳳)사무총장이 5일 여야 3당3역회의에서 “기소된 야당의원의 공소를 모두 취소하라”고 요구, 이 문제를 여야총재회담의 의제로 삼기에 앞서 사전정지작업을 하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대두됐다.

기소정치인 사면에 대한 여권의 반응은 “어불성설”이라는 것. 국민회의의 일부 당직자들은 6일 “한나라당이 툭하면 비리정치인 사면문제를 들고 나오는데 당내 사정이 있다고 해서 이런 식으로 풀려고 해서는 안된다”며 불쾌한 반응을 보였다. 국민회의 박상천(朴相千)원내총무가 3당3역회의 후 야당측이 제기한 기소정치인 공소취하문제를 공개한 뒤 사면불가입장을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러자 한나라당은 국민회의를 강력히 비판하면서 선거법 협상을 위한 3당3역회의도 거부하는 등 강력대응에 나섰다.

하총장은 6일 주요당직자회의에 앞서 “야당에 대한 검찰의 표적사정은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한풀이 정치 탓”이라며 “‘상생(相生)의 정치’를 위해 여당이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정당별 기소정치인이 공동여당측은 8명인데 반해 한나라당 소속은 21명에 이를 정도로 형평성을 잃었다는 게 그의 주장.

한나라당은 기소정치인 사면문제를 공개한 박상천총무도 비난했다. 이사철(李思哲)대변인은 “회의 때에는 아무런 언급이 없다가 언론에 회의결과를 발표할 때 갑작스럽게 하총장을 비난하고 나섰다”며 “우리 당은 박총무의 ‘망언’에 강력히 항의하며 오늘 열릴 예정인 3당3역회의 개최를 거부했다”고 밝혔다. 아무튼 기소정치인 사면문제가 언론에 공개되면서 한나라당은 매우 곤혹스러운 처지에 빠졌으며 앞으로 여야총재회담에서 이 문제를 거론하기 어렵게 됐다는 게 지배적 시각이다.

또 재판에 계류 중인 여야정치인들의 사면도 쉽게 이뤄지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양기대기자>k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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