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의원 통해 민원처리 한뒤, 李기자 2000만원 받아"

  • 입력 1999년 11월 1일 01시 15분


평화방송 이도준(李到俊)기자가 한나라당 정형근(鄭亨根)의원에게서 직간접적으로 받은 돈이 당초 공개된 1000만원보다 훨씬 많은 3000만원에 이른다는 혐의가 포착돼 검찰이 집중수사를 벌이고 있다.

검찰의 한 고위관계자는 31일 “정의원이 1000만원과는 별도로 이기자의 부탁을 받고 모 건설업자의 민원을 처리해준 뒤 건설업자로 하여금 이기자에게 2000만원을 주도록 한 혐의가 포착됐다”며 “이에 따라 이기자를 ‘정보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직간접적으로 자금지원을 했는지의 여부에 대해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는 이종찬 국민회의부총재의 최상주(崔相宙)보좌관 등의 검찰진술과 관련자에 대한 조사를 통해 드러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기자는 또 이부총재의 서울 여의도 사무실 창고에 보관 중이던 문서박스를 뜯고 이른바 ‘언론대책문건’ 외에 10여건의 다른 문건을 가지고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검찰은 일단 이기자에 대해 1일 절도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한 뒤 정확한 금품수수액수와 경위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정의원은 “6월초 이기자가 찾아와 ‘국가정보원이 주관하는 공사의 민원을 부탁했으나 국정원장이 바뀌어 어렵게 됐다’며 공사업체 공사명 등의 메모를 보여주었으나 내용은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며 “1000만원 외에 어떤 돈도 더 준 일이 없다”고 부인했다.

한편 검찰조사 결과 이같은 새로운 혐의가 드러남에 따라 지난달 30일 ‘1000만원 수수’ 사실이 공개된 이후 여야간에 벌어지고 있는 ‘정보매수’ 공방은 한층 격화될 전망이며 29일 정상화된 국회운영도 파행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국민회의는 31일 “이기자가 받은 돈이 한나라당의 자금일 가능성이 높다”며 진상규명을 촉구하고 나섰으며 검찰도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춰 이기자의 계좌추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수사결과가 주목된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이기자에 대한 여권의 ‘역(逆)정치공작’의 결과라며 “언론공작의 본질을 호도하려는 작태”라고 반발했다.

정의원은 31일 기자회견을 통해 “이기자로부터 도와달라는 요청을 받고 지난해 11,12월 두차례에 걸쳐 500만원씩 모두 1000만원을 이기자에게 주었다”고 밝혔다.

〈윤승모·이수형기자〉ysm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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