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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10월 28일 20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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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스 수신기록 없어▼
▽팩스 문서가 아닐 수도〓중앙일보 문일현기자가 팩스를 통해 국민회의 이종찬부총재 사무실에 문건을 보냈다는 주장은 맞는 말인가. 정형근의원(한나라당)이 공개한 문서를 자세히 보면 팩스로 주고 받을 때 반드시 남게 되는 팩스 수신일자 등의 기록이 문서상단에 전혀 없다. 문기자의 문건과 정의원이 폭로한 것이 서로 다를 수도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누가 무슨 목적으로 이 문서를 수정했을까. 일단 정의원이 공개한 문건은 PC의 워드프로세서를 가지고 작성, 프린터로 출력한 것이거나 또는 그것을 복사한 문서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따라서 과연 누가 그 문건을 PC로 수정 혹은 작성했는지에 초점이 맞춰진다.
▼사용SW 확인돼야▼
▽과연 누구의 PC에〓컴퓨터로 작성한 문서는 그 흔적이 반드시 컴퓨터에 남는다. 최근에 많이 쓰는 글 MS워드 훈민정음 등으로 문서를 만들 때는 ‘문서파일’이 남기 때문이다. 하드디스크에 바로 저장했다면 설령 지웠더라도 그 내용을 복구할 수 있다. 데이터복구 전문업체에 의뢰하면 하드디스크를 초기화(포맷)했을지라도 특정 문서파일은 대부분 살려내 열람할 수 있다. 그러나 만약 작성자가 보안상 플로피디스켓을 이용해 문서를 저장했다면 그 디스켓을 찾아야 하는 어려움이 따른다. 또 워드 전문가를 통해 그 문서가 어떤 워드로 작성됐는지와 이강래―정형근―이종찬―문일현―중앙일보 이모간부 등이 쓰고 있는 워드가 무엇인지, 또 어떤 프로그램상의 ‘문서 스타일’을 주로 어떻게 쓰고 있는지를 확인한다면 누가 이 문서를 작성했는지를 알 수 있다. 만약 이들 중 누가 최근 컴퓨터를 교체했다면 의심의 대상이 될 수 있다.
▼프린터기종 식별 가능▼
▽최후의 증인은 ‘프린터’〓컴퓨터 문서는 마지막 단계로 프린터를 통해 출력해 완성된다. 프린터에는 잉크젯 레이저 도트매트릭스 등 크게 3가지 방식이 있다. 사무실에서는 대부분 프린터를 공유해 사용한다. 따라서 중앙컴퓨터(서버)에 출력기록(로그파일)이 남아있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혹 네트워크를 쓰지 않은 채 단독 프린터를 연결해 썼다 해도 프린터전문가들에게 이 문건을 주면 3가지 방식 중 어떤 프린터인지, 심지어 어떤 회사가 제작한 프린터인지를 구별할 수 있다고 한다.
이들 전문가는 “문건 작성 당시 관계 당사자들의 팩스 송수신내역을 확인해보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김종래기자〉jongra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