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총재회담 제의]DJ '정치개혁 담판' 직접 나선다

  • 입력 1999년 10월 22일 19시 15분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22일 여야총재회담을 전격 제의한 것은 무엇보다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는 정치개혁협상에 물꼬를 트겠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필요할 경우 총재회담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김대통령의 언급은 외견상으로는 지금까지의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그동안은 여야간 사전절충이 돼야 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었던 게 사실. 그러나 이번에는 야당이 원한다면 ‘별다른 조건없이’ 이회창(李會昌)총재를 만나겠다는 뜻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끌 만하다.

이같은 입장변화 배경에는 정치개혁협상을 조속히 매듭지어야 한다는 절박감이 짙게 깔려 있다. 정치개혁협상 시한(11월말)이 한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여야협상이 전혀 진전되지 않는데다 오히려 불법 도청 감청 논란 등으로 인해 여야관계가 악화일로로 치닫는 형편이다. 이런 상태가 계속될 경우 중선거구제, 의원정수 축소, 돈안드는 선거 등 어느 것 하나 실현시킬 수 없다는 게 김대통령의 판단인 듯하다.

따라서 김대통령의 총재회담 제의는 이회창총재를 직접 만나 정치개혁 ‘담판(談判)’을 짓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만하다.

여기에는 박지원(朴智元)문화관광부장관 해임건의안 처리결과에 대한 김대통령의 평가도 영향을 미친 것 같다. 김대통령은 이날 전경련국제자문단과의 오찬에서 해임건의안에 대한 국회처리결과를 ‘여야 모두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이는 다시 말해 여야가 대등한 입장에서 그동안의 대치상황에서 벗어나 대화국면으로 전환하자는 전주곡(前奏曲)인 셈이다.

그러나 쉽게 총재회담이 개최될 상황은 아니다. 한나라당도 김대통령의 제안을 거부하지는 않았지만 “사전협의단계에서 여당의 태도변화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특히 박장관 해임건의안 처리과정에서 당내결속을 확인한 이회창총재로서는 향후 정치개혁협상과 새해예산안처리 등의 과정에서 강경투쟁을 고수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분위기를 감안할 때 총재회담이 성사돼도 정치개혁협상에 대한 양측의 근본적인 태도에 변화가 없는 한 이렇다할 성과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최영묵기자〉m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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