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김덕룡 갈등…권력구조개편 신경전

  • 입력 1999년 9월 15일 19시 40분


‘가지’ 많은 한나라당에 바람 잘 날이 없다. 겨우 민주산악회를 둘러싼 소란이 잠잠해지나 했더니 이번에는 주류쪽에서 금가는 소리가 들린다.

★권력구조개편 신경전

한나라당 뉴밀레니엄위원장인 김덕룡(金德龍)부총재의 14일 권력구조개편 관련 발표로 치고받았던 이회창(李會昌)총재측과 김부총재측은 15일 “별 문제 없다”며 태연한 표정을 보였다. 하지만 내면적으로 두 진영 모두 부글부글 끓는 모습이다.

이총재측은 “위원회에서 마련한 아이디어 수준의 얘기를 김부총재가 정색하고 기자회견 형식으로 발표하는 바람에 일이 커졌다”고 못마땅해 했다. 김부총재측 역시 “위원장을 맡으라고 했으면 활동할 공간을 주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볼멘소리다.

★밀레니엄委 성격 논란

이같은 갈등은 사실상 예고된 것. 위원회 성격을 둘러싼 양측의 기본 시각이 다르기 때문이다. 이총재측은 뉴밀레니엄위원회를 명실상부한 ‘이회창체제 굳히기’의 ‘대리기구’로 인식한다. 반면 김부총재측은 당내 민주화에 역점을 두면서 김부총재의 개혁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데 신경을 쓴다. 이 때문에 위원회에서 대통령중임제가 거론된 사실이 보도되자 이총재는 직접 “당론으로 비쳐져서는 안된다”고 제동을 걸었다.

내년 총선 공천권을 둘러싼 힘겨루기도 불씨다. 이총재측은 14일 공모한 서울 관악갑 등 7개 사고지구당의 조직책 인선을 시작으로 이회창체제 정지작업에 박차를 가할 생각이다. 그러나 김부총재 등 당내 계파 보스들은 “이번 조직책 인선은 사실상 내년 총선 공천이나 다름없는 만큼 현 지도부가 독단으로 할 수 없다”고 반발할 조짐이다. 내주에 열리는 뉴밀레니엄위원회에서 ‘공천 민주화’가 의제로 채택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듯하다.

★공천권 힘겨루기 예상

그렇다고 당장 양측이 등을 돌릴 가능성은 별로 없다. 이총재측으로선 당 쇄신 작업을 대신해 줄 ‘얼굴’이 필요하고 김부총재측으로서도 비주류로 ‘전락’하는 데 대한 부담을 느낀다. 이총재의 이번 방미 중 교민행사 등을 김부총재측이 적극 지원한 것도 이런 사정을 반영한다. 그러나 이같은 ‘동거’가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미지수다.

〈박제균기자〉ph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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