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10여명 곧 사법처리 전망]또 稅風경보 정치권 戰雲

  • 입력 1999년 8월 31일 04시 25분


여권이 정기국회 이전에 ‘세풍(稅風)’사건에 연루된 한나라당 의원 등에 대한 사법처리를 마무리하기로 한 이유는 두가지 측면에서 짚어볼 수 있다.

우선 이 사건을 기약없이 계속 끌고 갈 수 없다는 현실을 감안한 결과다.

검찰은 현 정권 출범 이후 줄곧 이 사건에 매달리면서 방대한 규모의 수사를 진행해 왔으나 마무리는 여전히 요원한 상태다.

무엇보다 사건규명의 열쇠를 쥐고 있는 이석희(李碩熙)전국세청차장이 미국에 머물면서 귀국을 거부하고 있어 사건전모를 파악하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미의회에 상정된 한미범죄인인도협정이 발효된다 해도 이전차장을 국내로 소환하는 문제는 간단치 않다.

또 수사과정에서 혐의가 있는 한나라당 의원들의 이름이 간간이 흘러나오고 이 때문에 정치권에서 시도 때도 없이 ‘표적사정’‘야당탄압’ 공방전이 벌어져 왔다.

사건의 본질규명보다는 소모적인 정치공방이 앞서는 본말전도(本末顚倒)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게 여권 핵심부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수사한 결과만이라도 공개하고 그 후속절차를 마무리함으로써 상황을 ‘정리’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이전차장에 대한 수사 등 미진한 부분은 계속 진행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수사는 사실상 종결된다는 게 여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러나 여권이 힘주어 강조하는 것은 세풍사건에 대한 단호한 단죄의지다.

한 고위관계자는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반부패특위구성 등 부패척결에 강력한 의지를 천명한 연장선상에서 이번 조치를 받아들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특히 정치적 부담에도 불구하고 정기국회 이전에 10명이 넘는 한나라당 의원들에 대한 혐의사실을 밝히고 후속조치를 취한다는 데 유념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여권의 이같은 조치에 뒤따를 파장이다. 검찰은 수사결과 발표에서 국세청을 통해 모금한 자금의 규모와 용처, 잔금 등 사건내용을 소상히 밝힐 예정이다. 그 내용에 따라서는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를 직접 겨냥한 대목이 있을 수도 있다.

그럴 경우 한나라당은 도덕적 정치적 타격을 피할 수 없겠지만 이를 상쇄하기 위해 대여(對與)강경투쟁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자연히 수사결과에 대한 진위공방은 물론 여야 간 극한대립이 재연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야가 한치의 양보없는 공방전을 계속한다면 정기국회의 파행과 함께 선거법 정치자금법 개정 등 정치개혁과 특검제도입 등 현안의 해결이 무망(無望)해질 수도 있다.

〈최영묵기자〉m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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