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총리 '오리발' 직접해명 "1500만원 출처는 묻지마"

  • 입력 1999년 8월 18일 19시 06분


김종필(金鍾泌)국무총리는 자민련 의원들에게 500만원씩 돌린 ‘오리발’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않자 18일 직접 해명에 나섰다.

김총리는 이날 오후 예정에 없던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오리발’의 출처가 자신의 개인재산도, 공금도 아닌 자민련 후원금이라고 밝혔다. “올해초와 6월에 당 사무총장이 각각 1억원을 가져왔다. 하계귀향보고도 있고 이 돈을 활용했으면 좋겠다 해서 의원들에게 준 것”이라는 게 김총리의 주장이었다.

김총리는 이어 ‘오리발’은 2억1500만원(43명분)이었다며 자신이 별도로 마련한 1500만원의 출처에 대해선 “따로 구했으니 그런 줄 알아달라. 부탁도 하고 지원도 얻고 했다”고 얼버무렸다. 그는 그러면서 ‘오리발’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후원금이)당에 들어와 나에게 왔고 이를 돌려준 것이니 아무 상관없다”는 논리였다.

김총리가 이처럼 직접해명에 나선 것은 때마침 발표한 부패방지대책과 관련해 “김총리가 ‘반부패 조사대상 1호’니, “해임안부결값”이니 하는 여론이 비등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중앙선관위는 이를 문제삼을 수 없다는 입장. 한 관계자는 “정치자금법은 후원금을 ‘사적 경비’나 ‘부정한 용도’로 지출하지 못하도록 규정했으나 이번 경우는 당의 명예총재가 소속 의원들에게 돈을 나눠준 것이어서 이에 해당된다고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나라당과 시민단체의 비난은 거세다. 한나라당 장광근(張光根)부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김총리측이 거액의 ‘오리발’의 출처에 대해 총리 사비(私費)니, 당 후원금이니 하며 오락가락하고 있다”면서 “당 후원금을 의원들 촌지로 쓸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정치개혁시민연대는 논평에서 “‘오리발’ 관행은 정당의 상향식 공론을 돈으로 매수한다는 의혹을 낳는 등 정치발전을 가로막는 악습”이라고 맹비난했다.

〈송인수·이철희기자〉is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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