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파업유도의혹 國調 다음 카드가 없다"

  • 입력 1999년 8월 15일 19시 43분


한나라당이 여당과의 오랜 줄다리기 끝에 조폐공사 파업유도사건에 대한 국정조사를 관철시켰지만 결정적인 ‘카드’를 찾지 못해 고심 중이다.

이번 국정조사의 핵심사항은 조폐공사 파업유도가 정부차원의 조직적인 결정에 따라 이루어진 것인지, 그리고 다른 사업장에서도 비슷한 형태의 파업유도가 있었는지를 가려내는 것. 그러나 한나라당은 국정조사를 통한 의혹 규명을 외쳐왔지만 특별한 증거나 증언을 아직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게다가 증인들이 여러 인맥을 동원해 로비를 하면서 의원들이 국정조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꺼리고 있는 것도 당지도부의 고민을 가중시키는 대목.

한 고위당직자는 15일 “검찰이 재조사를 통해 진형구(秦炯九)전대검공안부장을 구속하고 조폐공사 파업유도사건이 진전부장의 ‘1인극’이라고 결론을 내려 김을 빼버렸다”면서 “이를 뒤집으려면 검찰지도부와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문서나 증언이 있어야 하는데 아무런 자료가 없다”고 말했다.

또다른 당직자는 “검찰과 증인으로 채택된 사람들이 집요하게 로비를 하고 있다”면서 “검찰출신 의원들은 얽히고 설킨 인간관계 때문에 국정조사에 나서는 것을 꺼리고 있고 사정설도 의원들을 위축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이에 따라 증인신문을 통해 정부의 약점을 캐낸다는 전략을 세웠다. 하지만 정부를 공격하는데 필요하다고 판단했던 김종필(金鍾泌)국무총리 김중권(金重權)대통령비서실장 박주선(朴柱宣)대통령법무비서관 등 핵심인물들이 증인에서 제외되는 바람에 증인청문회 역시 각종 ‘설(說)’을 추궁하는데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벌써 제기되고 있는 형편이다.

〈김차수기자〉kim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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