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실이 말하는 「신당소동 3가지 요인」

  • 입력 1999년 7월 22일 23시 25분


신당 창당 구상을 둘러싸고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김종필(金鍾泌)국무총리 간에 빚어진 ‘혼선’의 원인은 무엇일까. 이에 대한 얘기가 22일에도 총리실 내에서 무성하게 나왔다.총리실 관계자들은 이날 무엇보다 자민련 박철언(朴哲彦)부총재가 김대통령에게 ‘잘못된 정보’를 입력한 게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김총리는 15일 박부총재와의 면담내용을 묻는 김용채(金鎔采)총리비서실장에게 “정계개편 얘기는 전혀 없었고 ‘나도 경력이 있는데 장관이나 무슨 일을 맡겨달라’고 하더라”고 말했다는 것.

박부총재가 청와대에서 김대통령을 만난 것은 16일. 이같은 전후사정으로 미루어볼 때 김대통령은 평소 합당론을 주장해 온 박부총재로부터 ‘전날 김총리와 만났는데 얘기가 잘 됐다’는 취지의 말을 듣고 김총리와 신당 창당 논의를 할 때가 왔다고 생각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총리실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다음은 김실장이 전한 사태의 전말.

“김대통령은 휴일인 17일 경기도 안산의 골프장에서 종교계 인사들과 골프를 치던 김총리에게 연락, 저녁에 워커힐빌라에서 부부동반으로 만난 것으로 안다. 박부총재로부터 김총리의 ‘의중’을 전해들은 김대통령은 그 자리에서내년총선 승리를위해 조속한정계개편이필요하다고역설했지만 김총리는 ‘이런 문제는 두 사람이얘기할게아니라당대당 논의에맡기자’고만말했다.김총리의 답변은 사실상 완곡한 거절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김대통령은 김총리가 자신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으로 해석, 국민회의 한화갑(韓和甲)사무총장에게 신당 창당과관련한실무작업에착수토록 지시했을 개연성이 크다.”

DJP회동사실이 20일 일부 언론에 보도되자 김총리가 “언론플레이를 통해 합당을 기정사실화하려 한다”며 청와대측을 지목한 뒤 강력하게 반발하며 합당론을 무산시킨 것도 이같은 정황과 관련이 있는 듯하다.

그러나 박부총재는 “두 분이 매주 만나는 사이인데 왜 나에게 연락하는 일을 맡기겠느냐”며 “김실장이 내용을 잘 알지 못하고 엉뚱한 소리를 한다”고 반박했다.

〈정연욱기자〉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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