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年內개헌 포기]12일밤「삼청동의 高聲」

  • 입력 1999년 7월 14일 23시 58분


12일 오전 10시반경. 김종필(金鍾泌)국무총리는 집무실에서 자민련 김현욱(金顯煜)사무총장을 전화로 찾아 즉각 당직자 오찬회동을 소집했다.

이 직후 우연히 총리실에 들른 이동복(李東馥)의원이 JP로부터 “내각제로 국론이 분열되면 나라가 망한다”는 취지의 얘기를 들었다는 전문이 김용환(金龍煥)수석부총재의 귀에 들어갔다.

그러나 JP는 서울시내 모호텔에서 30여명의 자민련 지도부와 오찬을 함께 하면서 주목할 만한 말은 하지 않았다. 사정상 8월말로 잡혔던 중남미순방일정을 취소하겠다는 뜻을 밝힌 뒤 “이심전심(以心傳心)으로 다 아는 것 아니냐”는 선문답만 던졌을 뿐이다.

이동복의원의 전언으로 심상치 않은 기미를 감지한 김수석부총재는 이날 오후 8시경 강창희(姜昌熙)원내총무와 함께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을 ‘기습’방문했다.

JP는 내각제에 대한 입장정리를 기대하고 찾아간 두사람에게 오히려 충청권 의원들의 반발이 자신을 겨냥하고 있다며 “너희들은 왜 나한테만 미루느냐”는 질책을 퍼부었다.

그가 또 충청권의원들이 소선거구제를 고집하며 ‘몽니’를 부리고 있다고 지적하자 두사람은 “선거구제는 의원들의 정치생명이 걸린 것인데 누가 시키고 말고 할 일이 아니다”고 대들었다. 밖으로 고성이 새나올 정도로 분위기는 격앙됐다.

두사람은 이어 “연내 개헌이 안된다면 9월에 총리가 당으로 복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자 JP는 “국가와 민족을 생각해야 한다”며 우회적으로 반박했다. 회동은 명확한 결론없이 1시간만에 냉랭하게 끝났다.

〈정연욱기자〉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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