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사망 5년]흔들리는 사회 통제체계

  • 입력 1999년 7월 7일 19시 19분


94년7월 김일성(金日成)이 사망한 뒤 5년간은 북한 주민들에게 있어 고난과 시련의 세월이었다.

김일성 사망 이듬해인 95년 대홍수가 북한 전역을 휩쓸어 전 국토가 황폐화했고 이로 인한 극심한 식량난으로 아사자(餓死者)가 속출했다. 95년 이후에도 홍수 냉해 가뭄 등 자연재해가 끊이지 않아 그동안 100만명 이상의 아사자가 속출했을 것으로 서방세계는 관측하고 있다.

식량난은 50여년간 계속돼 온 북한의 사회규범과 통제체제를 서서히 무너뜨리고 있다. 특히 주민통제의 제1선인 식량배급제도가 마비되면서 역설적으로 주민들의 ‘거주이전의 자유’가 신장됐다.

식량을 찾아 아버지는 국경지대로, 어머니는 농촌으로 떠나고 자식들은 주린 배를 안고 길거리를 헤매는 이른바 ‘꽃제비’가 됐다. 또 10만∼40만으로 추정되는 탈북자들이 살 길을 찾아 중국으로 숨어들어 중국 공안원들과 숨바꼭질을 하고 있다.

또 다른 사회변화상 중 하나는 다산(多産) 장려. 북한은 식량난으로 인한 인구감소가 사회문제화하자 3명 이상의 자녀를 둔 가정에 대해 각종 혜택을 부여하고 있다.

가장 주목할 만한 변화는 북한이 혐오해 온 자본주의적인 요소가 주민 생활 저변에 광범위하게 스며들기 시작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주민들이 텃밭에서 채소 등을 재배해 ‘장마당’에 내다 파는 개인적인 이윤추구 행위가 점차 보편화되고 있다.

자존심 하나로 버티던 북한도 결국 식량난 해결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국제사회에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구호식량이 바닥을 드러내는 봄철 ‘보릿고개’가 북한 주민들에게는 가장 견디기 힘든 계절이다.

〈윤영찬기자〉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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