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차관급회담, 상호주의 싸고 입씨름 예고

  • 입력 1999년 6월 28일 18시 58분


정부가 민영미(閔泳美)씨 억류 사건을 계기로 남북관계에서의 ‘상호주의’ 고수 방침을 천명함에 따라 다음달 1일 속개되는 남북 차관급회담에서 이를 둘러싼 논란이 예상된다.

남북은 이미 지난해 4월 중국 베이징(北京) 비료회담에서 상호주의 문제로 치열한 설전을 벌였기 때문에 이번 회담에서도 북한이 이산가족문제는 제쳐둔 채 비료 지원만 요구한다면 비슷한 상황이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비료회담에서 우리측은 북한에 비료 20만t을 지원하되 북한이 이산가족면회소 설치 시한을 명시하면 3만t을 주고, 나머지 17만t은 이산가족 교류 진척상황에 따라 지원하겠다고 통보했다.

이에 북측은 “상호주의는 ‘장사꾼의 논리’로 경제분야에서나 통하는 이야기”라며 “인도적인 차원의 비료지원과 정치문제인 이산가족문제를 연계하는 것은 모독”이라고 반발했다.

그 후 우리 정부는 상호주의를 너무 엄격히 관철하려는 바람에 회담이 결렬됐다고 판단해 이번에는 융통성있는 자세로 임했다.

그러나 민씨 사건으로 인해 국내 여론이 악화됨에 따라 우리 정부는 다시 상호주의를 제기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이산가족문제와 관련한 실질적인 진전이 있기 전에는 비료 지원을 중단하겠다는 식으로 입장을 정리한 것도 상호주의에 근거한 것이다.

〈한기흥기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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