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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6월 23일 19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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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옷사건’ ‘그림사건’ 등을 둘러싸고 원거리 공방을 벌이던 여야가 이제 불가피하게 경우에 따라서는 정치적 승부를 걸어야 하는 근접전(近接戰)을 벌이지 않을 수 없게 된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또 한가지 그동안 정치권 안팎에서 논란이 그치지 않던 이른바 ‘리스트’ 문제가 사법적 심판의 대상에 올랐다는 점도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는 사안이다. 더구나 이신범의원이 고소 직후 “나는 그런 말을 한 일이 없다”는 입장을 밝혀 고소내용의 입증 과정도 상당히 복잡할 전망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관심이 가는 대목은 여권 핵심인사들이 고소라는 초강수를 동원한 배경이다. 물론 김실장 등은 이에 대해 “개인적 차원에서 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고소인들의 배경설명과 분위기로 미뤄 볼 때 이번 조치는 현 정권이 설정한 향후 정국대처 기조의 산물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즉 “앞으로는 야당과 여론에 일방적으로 밀리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다. 여권은 그동안 ‘옷사건’에서부터 ‘그림사건’에 이르기까지 야당의 정치공세 등으로 억울하게 당했다는 ‘피해의식’을 갖고 있다. 따라서 각종 의혹과 출처불명의 ‘리스트’를 더 이상 방치할 경우 통제불능의 상황이 초래될지 모른다는 결론을 내리고 이의원을 고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실장은 이번 고소가 독자적인 결정이라고 밝혔지만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의중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관측이 적지 않다. 김대통령은 이의원의 발언내용을 보고받고 격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무튼 이번 고소에 현 상황에 대한 김대통령의 ‘정면돌파’의지가 함축돼 있는 보여 향후 정국의 ‘뇌관’이 될 가능성이 높다.
〈최영묵기자〉mo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