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외무 발언파문]NLL관련 정부입장 과연 뭔가?

  • 입력 1999년 6월 18일 23시 47분


홍순영(洪淳瑛)외교통상부장관이 18일 북한과 북방한계선(NLL)문제에 대한 협의 용의를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이는 NLL 문제에 대한 정부의 개방적인 입장을 천명한 것일 뿐 정부가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북한과 이 문제를 다루겠다고 밝힌 것으로는 볼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북한이 NLL의 불안정성을 국제적으로 공론화하기 위해 서해교전사태를 도발했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인 만큼 홍장관의 이같은 입장 표명은 시기적으로 부적절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홍장관의 발언은 특히 북한측 의도에 말려들어 NLL 문제 공론화를 거드는 것처럼 비쳐질 여지가 있다. 한나라당이 즉각 성명을 발표해 ‘망국적 발언’이라고 비난하고 나선 것도 같은 취지다.

미국 국무부의 제임스 폴리 부대변인이 남북간에 교전이 벌어진 수역을 ‘공해(公海·international waters)’라고 표현한 데 대해 외교부가 미국측과 이를 정정하는 문제로 신경전까지 벌였던 것을 생각하면 혼란스러운 측면도 있다.

한편 홍장관은 남북이 NLL 문제를 협의하도록 되어있는 남북기본합의서를 이행하는 차원에서 북한과 이 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는 의미였다고 설명했다.

남북기본합의서의 ‘불가침’에 관한 부속 합의서 제10조는 “남과 북의 해상불가침 경계선은 앞으로 계속 협의한다. 해상불가침 구역은 해상불가침 경계선이 확정될때까지 쌍방이 관할하여 온 구역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홍장관은 회견에서 이같은 배경을 소상히 설명하지 않았다. 직무상 남다른 신중함이 요구되는 외교정책의 최고책임자가 남북관계에 대해 깊은 지식이 없는 외신기자들을 상대로 오해의 소지가 있는 발언을 한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뿐만 아니라 지난 반세기 동안 우리가 실효적으로 지배해 온 NLL 문제를 공론화해 북한과 협상을 벌일 경우 일정 부분 양보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한기흥기자〉eligi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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