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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6월 15일 23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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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서해 북방한계선 부근에서는 남북한 해군이 포격전을 벌여 전운(戰雲)이 감도는데, 동해에서는 관광객을 태운 금강산 유람선이 군사분계선을 유유히 오고가는 분단사상 초유의 ‘해괴한’ 상황이 벌어지게 됐다.
72년 ‘7·4 남북공동선언’에 서명하면서 몰래 땅굴을 판 게 북한이다. 그러나 이번처럼 남북관계의 모순이 극명하게 드러나 국민들을 인식의 혼란에 빠져들게 한 일은 일찍이 없었다. 이는 ‘남북관계의 이중성’이라는 현실과 정부가 지향하는 이상 사이에 좁혀지지 않는 괴리가 존재하기 때문이라는 것외에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군사적으로나 정치적으로는 남한과의 대결을 추구하고, 경제적으로는 일정 수준의 교류 협력을 통해 실리를 챙기겠다는 게 북한이 일관되게 견지해온 이중적 전략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남북간의 화해 협력을 도모하기 위해 정경분리에 입각한 대북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하겠다는 기본원칙을 견지해왔다.
이번 사태는 이처럼 남북한간의 ‘동상이몽적(同床異夢的)’ ‘2원적’ 접근 전략이 현실에서 매끄럽게 접목되지 않는다는 증좌로 볼 수 있다.
그래서 정부가 일관성 있는 대북정책이라는 목표에 집착하는 바람에 오히려 정책의 융통성을 잃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영삼(金泳三)정부 시절, ‘냉탕’과 ‘온탕’을 왔다갔다 한 대북정책 혼선을 극복한다는 게 도가 지나쳐 오히려 정책의 현실성이 떨어졌다는 것이다.
고려대 북한학과 유호열(柳浩烈)교수는 “대북 포용정책은 그 자체로는 문제가 없지만 북한이 우리의 선의를 이용하려고 하는 데는 정부의 책임도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말로만 ‘무력도발 불용’을 내세울 뿐 단호한 안보의지를 보이지 못하고, ‘상호주의’를 실질적으로 포기한 채 대북 비료지원에 나선 일 등이 결과적으로는 북한의 도발을 초래한 원인이라는 얘기다.
이번 사태로 이같은 지적이 상당한 공감대를 형성하게 됐다. 따라서 정부는 지금이라도 대북정책을 재검토, 남북관계의 상황변동에 탄력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외교안보연구원의 유석렬(柳錫烈)교수는 “대북 포용정책을 유지하되 이에 따른 전술을 상황에 맞게 바꾼다고 해서 정책의 일관성을 상실한 것으로는 볼 수 없다”며 “정부는 국민여론 등을 감안해 금강산관광을 중단하고 대북비료지원을 늦추는 일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사실 정부는 물론 상호주의를 포기한 것이 아니라 상호주의에 ‘비동시성’‘비등가성’‘비대칭성’의 개념을 적용해 유연하게 대처하는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으나 설득력은 약한 편이다.
아무튼 현재로서는 이같은 지적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대북정책 기조를 바꿀 기미는 별로 보이지 않는다. 21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리는 차관급회담의 경우만해도 정부는 당초 남북이 합의한대로 이산가족문제를 다루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남북간에 일촉즉발의 군사적 긴장이 조성된 상황에서 과연 이산가족문제가 우리의 희망대로 제대로 다루어질 수 있을 것인지는 불투명하다.
정부는 또 15일 남포항으로 가려던 비료수송선 갈리나 3호의 북행을 일단 중단시켰지만, 기본적으로는 남북이 합의한 대로 대북비료지원은 계속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바꾸지 않을 것 같다.
정부는 특히 현재 북한에 금강산관광객과 경수로건설인력을 포함해 모두 1970명의 우리 국민이 체류하고 있음에도 정부는 “북한이 방북자들의 신변안전을 보장하고 있어 별 문제가 없다”며 ‘대담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 앞으로 더 강경한 태도를 취해 한반도 상황이 크게 악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야 한다는 각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국방연구원의 김구섭(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