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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6월 15일 23시 3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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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제와 관련해 우선 유의할만한 대목은 천용택(千容宅)국가정보원장의 분석이다. 천원장은 15일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이번 무력 도발은 북한측의 치밀한 계산에 의해 저질러진 것”이라고 규정했다.
이 얘기를 북한이 면밀한 계획에 의해 서해 북방한계선 부근에서의 긴장을 단계적으로 고조시키고 있다고 해석하면 상황은 간단치 않다. 북한이 현 정부의 대북 포용정책 추진을 어렵게 하려는 의도를 가진 것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국제사회의 지지를 바탕으로 북한과의 교류 협력 화해를 일관되게 추진해 온 한국 정부의 입지가 매우 곤란해진다.
정부는 21일 중국 베이징(北京)차관급 회담을 앞두고 이산가족문제가 상당히 진전될 것으로 기대하면서 남북대화가 앞으로 장관급이나 총리급회담으로 격상될 것으로 낙관해왔다. 이 때문에 이번 사태가 터지자 몹시 곤혹스러워 하는 모습이다.
정부는 특히 이번 사태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국제적으로 새삼스럽게 부각됨에 따라 외국인의 투자심리를 위축시켜 국제통화기금(IMF)체제 하의 경제난 극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한다.
그러나 다른 견해도 대두된다. 한국이 NLL을 넘은 북한경비정을 선체충돌로 밀어내는 등 강력히 대응할 것으로 예상하지 못하고 맞대응하는 과정에서 북한이 우발적 공격을 가했을 가능성이다. 하지만 북한이 남한의 ‘밀어내기’에 당한 뒤 체면을 세우기 위해 공격을 감행했을 개연성을 더 크게 보는 견해도 있다.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 소속인 한나라당 이세기(李世基)의원은 “북한은 정전체제를 무력화하기 위해 NLL 침범을 계속해오다 우리측이 강력하게 대응하자 선제사격을 한 것”이라고 분석한다.
북한이 미국과의 평화협정 체결 필요성을 제기하기 위해 ‘긴장고조’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취했을 가능성도 지적된다. 북한은 그동안 군사정전위원회 참여를 거부, 정전위 활동을 무력화시킨 뒤 한반도의 위기관리를 위해선 북―미 간에 평화협정체결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해왔으나 미국은 이에 난색을 표명해왔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15일 열린 유엔사와 북한의 장성급 회담에서 유엔사측을 압박, 회담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긴장을 고조시키려 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 내에서 강경파와 온건파가 대남정책에 대해 의견을 달리하는 가운데 군부 중심의 강경파가 남북한의 교류 협력 확대를 저지하기 위해 무력시위를 했다는 분석도 가능하다. 또한가지 짚어볼 수 있는 의도는 21일로 예정된 중국 베이징 남북 차관급회담을 앞두고 더 많은 것을 얻어내기 위해 공격적 자세를 취했을 가능성이다.〈한기흥기자〉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