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막혔던 국방부표정]『긴급…』準전시상태 돌입

  • 입력 1999년 6월 15일 23시 32분


15일 오전 9시25분을 조금 넘은 시각.

‘긴급상황 발생, 남북 해군 교전.’

서해상에서의 남북 함정간 교전상황이 숨가쁘게 합참 지하 지휘통제실로 전해졌다.

북한경비정의북방한계선(NLL)침범사건이 시작된 7일부터 합참 지휘통제실에서 연일 군사상황회의를 열어 온 조성태(趙成台)국방부장관, 김진호(金辰浩)합참의장 등 군수뇌부의 얼굴이 긴장됐고 일순간 정적이 흘렀다.

교전상황이 보고되자 조장관은 즉각 전군에 경계태세 강화 지시를 내렸다. 조장관의 지시는 합참의장과 육해공군 참모총장을 통해 전군에 전파됐고 전군은 ‘준(準)전시 상태’에 돌입했다.

이 시간이후 국방부 지휘통제실은 전시상황을 방불케 했다. 현지 상황보고가 이어졌고 즉각적인 작전지시가 내려졌다.

같은 시간 공군 비행단을 비롯한 공군 주요 전투비행단은 비상대기상태에 들어갔다. 공중 초계활동 전투기를 2배 이상 늘렸다.

육군 미사일 부대 등도 비상이 걸렸다. 북한군의 추가도발이나 다른 지역에서의 공격에 대비하기 위한 조치였다.

오전 10시. 서해5도 인근 해군부대와 해병여단, 해군 2함대 사령부 등에 ‘데프콘3’에 준하는 전투준비태세가 내려졌다.

거의 같은 시간 국방부대변인인 차영구준장이 전투복 차림으로 보도진에 대한 상황브리핑에 나섰다. 국방부대변인이 전투복 차림으로 언론앞에 나선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 이는 이날의 상황이 그만큼 긴박했음을 상징적으로 나타내는 일이기도 했다.

오전 11시, 전군에 ‘워치콘Ⅱ’가 발령됐다.

11일부터 특전사 병력을 비상대기시키던 육군은 1군과 3군에 출동준비를 지시했다. 야외 훈련 또는 교육 중이던 모든 부대가 즉각 복귀해 장비와 인원을 점검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교전 결과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북측 경비정과 어뢰정 6척 침몰 및 대파. 아군은 고속정과 초계함의 기관실에 경미한 피해 발생.

함성이 터졌다. 군 관계자들은 한껏 고무되는 분위기였지만 경계심을 늦출 수 없는 상황이었다.

“별도의 명령이 있을 때까지 전군은 비상대기하라.”

합참벙커는 이날 밤늦게까지 긴장감이 팽팽히 흘렀다.

해군의 한 관계자는 “오늘 교전으로 장병들이 북한의 침투도발을 충분히 격퇴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한 것이 큰 성과”라고 말했다.

〈송상근기자〉songmoo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