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권실장 심경 토로]『말 많은데 외롭고 힘들다』

  • 입력 1999년 6월 6일 19시 46분


‘고급옷 로비 의혹사건’ 과정에서 김태정(金泰政)법무부장관을 비호했다는 설 등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는 김중권(金重權)대통령비서실장이 5일 심경의 일단을 토로했다.

김실장은 이날 경기 과천시 중앙공무원교육원에서 실시된 청와대비서관 이하 직원 연례연수교육에 참석, 입소식 인사말을 통해 세간의 의혹에 대해 우회적으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김실장은 20여분간의 인사말에서 먼저 “요즘 나에 대해 이런저런 말이 많은데 나는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린 적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나는 자리에 연연하는 사람이 아니며 쉬고 싶은 때도 많았다. 대통령에게 잘 보여서 온 사람도 아니다. 비서실장이라는 자리는 외롭고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신주류와 구주류간의 갈등설을 의식한 듯 “당에서 왔건 정부에서 왔건 대통령을 모시는 것은 똑같기 때문에 어려울 때일수록 서로 감싸안고 지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나는 이 시대에 대통령을 모시고 있다는 것 자체를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면서 “‘우공이산(愚公移山)’의 심정으로 역사에 남는 대통령이 되도록 최선을 다하자”고 당부했다.

그는 또 “언론에 나온 이야기가 100% 진실은 아니지만 청와대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말과 행동 하나하나의 파급효과가 크므로 언행에 조심하라”고 덧붙였다.이날 김실장의 발언은 옷사건에 대한 수사 마무리에도 불구하고 여권 안팎에서 자신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이 걷히지 않자 나온 것으로 보인다.

한편 4개조로 나눠 분임토의가 이뤄진 이날 연수에서 일부 분임조는 비서실의 위기관리 시스템과 조율기능 등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는 후문이다.

〈최영묵기자〉m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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