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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6월 4일 18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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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가족 상봉문제는 남북이 풀어야할 가장 중요한 현안이다. 정부의 통계에 따르면 이산가족 1세대는 현재 1백23만명으로 이들은 대부분 60세 이상의 고령이다. 인생의 황혼기를 맞고 있는 이들은 가족 상봉의 기회를 기다릴 시간적 여유가 별로 없다. 반세기 동안 쌓인 회한을 풀고 편안히 여생을 마치도록 하는 것이 우리 세대의 의무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남북한 베이징 차관급회담에 거는 기대는 크다. 결실을 보도록 남북한 모두가 최선을 다해야 한다.
우선 이산가족문제를 남북한 정치현안과 맞물리게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전례를 보면 북한측이 이산가족문제를 정치적 선전의 대상으로 삼은 경우가 한두번이 아니었다. 이번에도 그러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북한측이 이산가족문제를 논의하자는 우리의 요구를 수용한 것도 따지고 보면 우리가 북에 7백50억원어치나 되는 비료를 무상으로 준다는 약속을 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측의 진의가 아직도 의심스러운 게 사실이다. 그같은 의심을 없앨 일차적 책임은 물론 북한측에 있다. 순수한 인도적 차원에서 이산가족 문제해결에 나서겠다는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고 그것을 행동으로 실천하길 바란다. 그래야 우리도 신뢰를 가질 수 있다.
정부는 이산가족문제를 생사확인 상봉 고향방문 재결합의 4단계로 풀어 나간다는 전략을 갖고 있는 모양이다. 그러나 남북한은 이산가족문제를 어떻게 해결하자는 방법에 합의한 것이 아니라 단지 해결 방안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자는 데 합의했을 뿐이다. 따라서 정부가 지나치게 기대를 부풀게 하는 청사진을 제시할 때는 아직 아니라고 본다. 차분하고 신중히 대책을 마련해야 할 때다. 그러지 않고 조급한 성과나 한건주의에 집착하다 보면 오히려 일을 그르쳐 1천만 이산가족들에게 또다른 실망을 안겨 줄지도 모른다.
남북한 이산가족 문제는 어느 현안보다 난제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한반도 주변정세는 점차 호전되고 북한도 서서히 폐쇄의 벽을 허무는 분위기다. 여건은 느리게나마 성숙되어 가고 있는 것 같다. 이번 기회를 헛되게 흘려보내서는 결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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