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덕 파동 확산 … 정국 또 파행

  • 입력 1999년 4월 30일 07시 01분


‘6·3’재선거 서울 송파갑 한나라당 후보로 확정됐던 고승덕(高承德)변호사의 후보사퇴를 둘러싸고 여야가 극한 대립을 보이면서 정국이 다시 파행상태로 치닫고 있다.

고변호사는 29일 오전 서울 마포 자민련 당사로 장인인 박태준(朴泰俊)총재를 찾아가 “사랑하는 가족들과 친지들에게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면서 후보 사퇴 의사를 밝혔다.

한나라당은 그러나 고변호사가 여권의 회유와 압력으로 출마를 포기했다고 주장,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를 실력저지키로 했다.

한나라당은 또 ‘6·3’재선거 보이콧을 검토하는 한편 사퇴파문 관련자를 고발하는 등 강력히 대응키로 했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는 이날 오전 임시국회 활동 전면중단을 지시했으나 오후 총재단회의에서는 30일 행정자치위원회에 출석, 정부조직법 개정안 상정을 실력저지키로 방침을 바꿨다.한나라당의 실력저지 방침에 따라 5월3일 회기가 끝나는 이번 임시국회에서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가 불투명해졌다.

이총재는 이날 충남 예산 방문 중 고변호사의 출마 포기 사실을 보고받고 “야당이 공천한 후보를 여당총재의 사위라고 해서 회유와 협박으로 사퇴시킨 것은 납득할 수 없으며 심각한 정치문제”라고 주장하고 대여(對與) 강경투쟁을 지시했다.

한나라당 안택수(安澤秀)대변인도 성명에서 “한나라당을 선택한 고변호사의 자유의사가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는 여당에 의해 무참히 짓밟히고 말았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리당은 대여 투쟁의 강도를 최고수위로 높여 적극 투쟁해 나갈 것임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한편 여권은 고변호사의 사퇴가 자발적인 결정으로 한나라당의 회유 압력설은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했다.

자민련 박총재는 “27일 내가 사돈(고변호사 부모)을 직접 만나 얘기했고 맏사위가 고변호사를 만나 계속 설득했다”면서 “오늘 아침 고변호사 본인이 내게 전화를 걸어 사퇴의사를 밝혔다”며 외압설을 일축했다. 이양희(李良熙)대변인은 “고변호사의 후보사퇴는 전적으로 본인의 의사이며 도덕과 인륜에 따른 선택”이라며 “한나라당은 정치 이전에 인륜을 생각하고 더이상 고변호사 가족들의 상처를 건드려서는 안된다”고 촉구했다.

국민회의 정동영(鄭東泳)대변인은 “고변호사 파동은 여당총재의 사위를 공천한 한나라당 이총재의 비정상적인 정치행태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차수·양기대기자〉kim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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